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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Dec 24. 2020

아파트 임대료가 지금도 88센트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67-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ACSI 카드를 사용하다

다음 목적지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오늘(2019년 4월 26일)은 날씨가 썩 좋지 않을뿐더러 크로아티아를 떠나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거쳐 오는 2주일 넘는 기간 동안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오늘 하루 쉬어가면 좋을 듯 한 날이다. 뮌헨에서 구입한 캠핑장 할인카드(ACSI)를 사용해서 캠핑장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우크스부르크 공항 근처에 있는 캠핑장 “Bella Augusta”

리셉션을 담당하고 있는 아저씨가 매우 친절. 할인 요금은 20유로에 세금 1인당 1.5유로. 여기에는 전기와 수도 요금이 포함되어 있다. 세탁기는 별도 요금을 내면 사용 가능(우리는 4.5유로 사용). 역시 할인카드가 있으니 부담이 확 줄어든다. 그러나 카드 구입 요금을 생각해 보면 몇 번 더 사용해야 본전이 뽑아진다. 그보다 캠핑장 사용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더 좋은 것 같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푹 쉬어본다. Wifi가 낮에는 되지만 밤에는 이용자가 많아서 잘 안된다. 밤에는 날씨가 더 추워져서 전기 온풍기를 틀어보기도 해 본다. 그런데 팬 돌아가는 소리가 조금 시끄럽다. 전기 온풍기를 꺼야겠다. 내일 아우크스부르크 시내 관광을 위해 오늘은 푹 쉬자.     

캠핑장 주변에는 유채꽃이 널려있고 캠핑장 안에도 나무에 꽃들이 활짝 피어 있다.

예쁘게 보이는 아우크스부르크

슈퍼에 들러서 식량 보급을 한 지 12일이 지났다. 식량 보급을 위해 독일 슈퍼 방문. 21유로어치를 보급하고 시내 중심가 근처 마을 주택가의 가로변에 주차를 했다. 평일 3시간만 무료이고 주말에는 항상 무료인 곳. 이곳에서 시 광장까지는 1.2km 정도 된다. 조금 부지런히 움직이면 3시간 정도에 돌아올 수 있을 듯.

과거에는 중요한 상업 중심지였다는 아우크스부르크. 로마제국 시절 아우구스트 황제가 만들어서 그 이름을 딴 도시. 이 도시는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인해 발생한 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열린 “아우크스부르크 화의(1555년)”가 열렸던 도시로도 유명하다.

높은 고층빌딩은 잘 보이지 않는 예쁜 도시이다. 시청 광장 앞에 있는 천주교 성당과 시청 건물이 돋보인다.

시청광장과 주변 풍경

한 달 임대료가 88센트인 곳을 아시나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우리가 찾아가는 주요 목적지는 푸거라이. 16세기에 88센트의 임대료로 살 수 있었던 곳이다. Jakob Fugger는 상인이며 은행가였으며 이 일대의 부호였다고 한다. 그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지은 일종의 임대 아파트 형식의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으니 아마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임대 아파트로는 가장 긴 역사를 가진 곳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도 임대료는 0.88유로. 단, 관리비는 개인 부담.

관광객은 입구에서 입장권을 사면 들어가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입구에 있는 교회. 작은 교회이지만 들어온 모든 사람들이 정숙한 마음과 몸을 가지고 둘러본다. 이 곳에 살아갔던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곳이리라.

푸거라이 입구와 안내문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조용히 둘러보다 보면 특이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집집마다 문고리가 다르다는 것. 집 모양이 비슷하다 보니 집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문고리란다. 일종의 문패 같은 역할. 16세기에 비슷한 모양의 집들을 모아놓은 아파트 같은 형식의 집이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해보니 이해가 된다.

푸거라이 안에 있는 교회와 골목 그리고 당시를 재현해 놓은 박물관 건물 내부

종교 간 화합을 상징하는 곳

박물관처럼 사용하는 집 하나를 구경하고 나서 우리는 도심의 St. Ulrich 루터 교회와 아프라 성당으로 향해 본다. 이 건물은 앞편에 작은 교회가 있고 뒤 편에 큰 성당이 있다. 종교개혁 때 파괴되었던 성당을 화해의 기념으로 성당과 교회로 재건축했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매우 이색적인 공간인 동시에 나라의 분리를 원하지 않았던 정치권력이 두 종교를 동시에 인정했던 도시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어떤 곳에서는 종교 갈등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고 어떤 곳에서는 화합의 방안을 찾기도 한다. 참, 갈등의 고조에는 항상 정치적인 이유가 존재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St. Ulrich 루터 교회와 아프라 성당이 한 곳에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오른쪽 사진은 성당 내부 모ㅡㅂ

이제 주차 시간이 다되어 간다. 우리 발걸음은 Fugger House 앞을 지나 아톰에게로 향한다. 이제 오늘 밤을 보낼 정박지로 이동해야 한다.

Fugger House 와 인근 도로 풍경(당시에 공사 중)

우리도 이런 시설 보급이 필요하다

내일 방문할 도시는 도나우뵈르트라는 작은 도시. 약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우리가 정박할 도나우뵈르트 공용 주차장에는 많은 캠핑카들이 주차를 하고 있다. 다른 캠핑카들과 함께 쉴 만한 곳에 주차를 한다. 이상한 번호판을 단 차량이 들어오니 시선이 우리로 쏠린다. 독일 할아버지와 브라질에서 독일로 여행 오신 분들이 우리를 반겨 주신다. 전기 연결하는 방법도 친절히 설명해 주고. 전기는 1 Kwh에 1유로. 우리는 2유로를 투입. 이 정도면 하루 밤을 보내고 배터리 충전도 할 수 있는 충분한 전기이다. 그리고 오폐수를 버릴 수 있는 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사실 유럽에서는 캠핑카를 타고 다니는 이유 중 하나가 장기 여행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숙박비를 절약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노년 층의 국내 여행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시설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도나우뵈르트 공용 주차장의 캠핑카 구역과 브라질에서 온 부부와 나눈 명함

이 분들은 한국에서 온 차와 우리 일정과 루트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문제는 없었느냐, 어떻게 차를 가지고 왔느냐 는 등. 물론 대화는 짧은 영어 단어로 이루어지지만 서로의 호기심과 환대감을 주고받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특히 브라질에서 오신 부부는 유럽에서 캠핑카를 렌트하여 3달을 여행하려고 한다고 한다. 브라질 이과수 폭포 근처에 사신다고 한다. 자기가 여행했던 지역의 아름다운 캠핑장 정보지를 주고 가셨다. 이분들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브라질로 돌아가셨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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