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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Dec 25. 2020

독일 Romantic Road 도시 방문기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68- 독일 로만 로드

영화 세트장 같은 도나우뵈르트

도나우뵈르트에서 맞이하는 일요일(2019년 4월 28일) 아침. 오늘은 이 작은 도시에서 하루를 다 보낼 예정이기 때문에 한가로운 일정이다. 아침에 일어나 마을 산책길에 나서본다. 일요일이어서인지 몰라도 강가 주변에 있는 카페도 문을 안 열고 사람들도 안 보인다. 

2층 정도의 작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어서 인지 몰라도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한 마을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니게 된다.

아침에는 카페가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영화 셋트장 같은 아기자기한 분위기

이 도시는 도나우 강과 Wornitz라는 작은 강이 만나는 곳에 있다. 우리의 양수리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아침 산책을 마치고 나니 비가 온다. 캠핑카 안에서 오전은 반 강제로 휴식. 다행히도 늦은 오후에 비가 그쳤다. 저녁에 천주교 성당을 찾았다. 방문객들은 별로 없었지만 내부가 흰색으로 치장되어 있어서 화려하게 보인다. 그리고 안내판에 아프리카 후원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는 안내문을 보고 우리도 약간의 돈을 기부. 모든 교회가 이런 일을 하면 좋은 세상이 더 빨리 이루어질텐데 라는 마음에 동참. 

두개의 강이 만나는 도나우뵈르트와 성당과 내부

돌아오는 길에 무료 화장실을 발견. 카페가 없어서 화장실을 볼 수가 없었는데 천만다행. 대형 주차장 건물에 붙어 있어서 외부에서 발견하기 힘든 위치에 있었다.      


작은 고성 Harburg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의 도나우뵈르트를 떠나 우리는 12km 떨어져 있는 Harburg로 향한다. Harburg의 주차장에는 캠핑카를 댈 수 있는 주차 면이 5개가 마련되어 있다. 다른 캠핑카는 없고 우리만 주차.

강 위에 우뚝 솟아 있는 Harburg 고성

산 위에 있는 성까지 가벼운 산책하는 기분으로 올라가 본다. Harburg 성 내부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1인당 3유로). 내부 가이드 투어는 4유로. 한 시간에 한 번씩 운영한다고 한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관광객이 별로 없다. 

고성 입구와 내부 모습

성곽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고성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과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성 안에 있는 교회는 성주를 위한 교회인 듯하다. 문 입구에 성주와 귀부인들이 조각되어 있다. 작은 교회이지만 흰색 바탕 때문인지 내부가 화려하게 보인다. 그리고 이 작은 교회 안에 파이프 오르간까지 있다. 그밖에 특이한 점은 설교대가 매우 높아서 신도들이 설교단 위를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매우 위계질서가 공간적으로 엄격하게 강요되고 있는 곳이다. 군사적 목적의 성 안에서 위계질서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었던 곳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 주인을 위한 교회로 보인다.


원형 성곽 도시 뇌르틀링겐

오후 일정은 20km 정도 떨어져 있는 뇌르틀링겐. 엄청나게 큰 대형 주차장이 있고 이곳에서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캠핑카만 주차할 수 있는 구역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주차비는 하루에 3유로. 전기요금은 2 kwh에 2유로(24시간 사용 가능). 그리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용 화장실도 있다. 대부분이 관광 도시마다 있는 이러한 캠핑카 인프라 때문에 프랑스를 여행하기 전에는 독일이 캠핑카 여행의 천국인 줄 알았다. 

캠핑카 전용 구역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대형 주차장과 주차장에 붙어 있는 맥도날드

그런데 오후에 비가 내린다. 반 강제적으로 뇌르틀링겐 여행은 포기. 대신에 주변 환경 탐색에 나서본다. 주차장에 붙어 있는 MacDonald 카페에서는 Wifi도 지원된다. 이 곳에서 노트북으로 영화도 보고 싶었지만 아내가 반대. 아내가 강력하게 반대하면 할 수 없다. 이게 남자의 운명인가 보다. 

영화를 보는 대신에 저녁에 캠핑카 안에서 아내는 일기를 쓰고 나는 가져왔지만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 “계몽과 쾌락(주병천 지음)”을 읽기 시작. 이 책은 18세기 프랑스 살롱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어느덧 밤 9시가 넘어가고 있고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JK 김동욱의 ‘미련한 사랑’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이런 여유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하지만 잘 안된다. 


다음날 (2019년 4월 30일) 아침에는 날씨가 좋다. 어제 저녁 비로 포기했던 뇌르틀링겐 여행을 시작. 이 도시는 원형 성곽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과거 운석이 떨어져 생긴 동그란 모양의 분지 한가운데에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동그란 성곽 안에 있는 노드틀링겐

원형 성곽 위로 다닐 수 있는 길이 아직도 잘 관리되고 있다. 우리도 먼저 성곽 위로 올라가 도시를 둘러보기로 한다. 도심 한가운데에 성당이 중심을 잡고 있고 지붕 색이 모두 빨간 건물들이 매우 특색적이다. 성곽 위에서 아기자기한 집들과 함께 집 정원들을 함께 보는 것이 재미있다. 

성곽으로 올라가는 입구와 성곽 및 마을

뇌르틀링겐의 랜드마크인 St. George Kirche 교회로 향해 본다. 종탑이 70미터나 되기 때문에 뇌르틀링겐 어디에서나 보인다. 성곽 위에서 본 교회가 바로 이 교회이다. 이 종탑의 이름은 다니엘 전망대. 아내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핑계는 결국 내려올 것인데 왜 올라가느냐는 것. 그럴듯한 핑계지만 사실 무서움이 많다. 그래도 종탑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궁금한 나는 나 혼자라도 올라가기로 했다. 요금은 1인당 3.5유로. 날씨가 그리 좋은 날은 아니지만 풍경이 너무 예쁘다.

St. George Kirche 교회와 종탑 내부, 종탑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종탑에서 보면 이 도시가 위치하고 있는 분지가 정말로 원형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종탑을 내려와 예쁜 골목길 산책에 나서본다. 그런데 작은 분수대가 우리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럽의 많은 분수들이 영웅이나 신화 속 장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에 비해 두 명의 일반 농부와 가축들을 모델로 삼고 있는 분수. 재미있으면서 정겹게 느껴진다.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있는 뇌르틀링겐. 농부와 가축을 모델로한 분수가 눈낄을 끈다.

간단한 쇼핑을 하고 햄버거와 커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 역시 커피는 한국이다. 


중세도시 분위기의 딩켈스뷜

오후에 방문할 도시는 딩켈스뷜. 20여 킬로미터를 달려가면 만날 수 있는 도시이다. 딩켈스뷜도 뇌르틀링겐과 비슷하게 평지에 세워진 성곽 도시이다. 성 안은 중세도시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다. 규모는 뇌르틀링겐보다 작다. 교회 근처 건물 외벽에 그려져 있는 섬뜩한 그림이 궁금해진다. 왜 저렇게 험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일까?

목조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딩켈수뷜. 교회 옆 건물 벽에 섬뜩한 그림이 궁금해지는 곳이었다. 

그리고 도시 가운데에 St. Georg of Parish 교회가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교회 앞에는 동화작가 ‘크리스토프 폰 슈미트(1768-1854)’의 동상이 서 있다.

St. Georg of Parish 교회와 교회 앞에 있는 동화작가 크리스토프 폰 슈미트 동상

2차 대전 당시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없어서 대부분의 중세 목조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로만틱 가도에서 만난 도시 중에서 가장 중세 풍의 느낌이 가장 강한 도시가 바로 딩켈스뷜

성 외곽에는 노란색 꽃밭과 맑은 강물이 낭만적인 풍경을 만든다. 성 외곽에는 캠핑카 여행객을 위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 요금은 하루에 6유로. 뇌르틀링겐의 3유로에 비해 비싸다. 어떤 차 안에서 빵빵 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도나우뵈르트에서 만났던 브라질 여행 부부가 반갑게 손짓을 한다. 우리도 너무 반갑다. 서로 이름과 연락처를 주고받고 인연이 되면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우리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용 주차장 한쪽에서 하루 밤을 보낼 계획이다. 

성 외부의 전원 풍경과 주차장


공사 중이었던 로이흐트방겐

다음날 아침 일찍 딩케스뷜에서 10여킬로미터 떨어진 로이흐트방겐을 방문. 캠핑카 정박이 가능한 전용 주차장은 만석이라 아톰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 그리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을 이곳저곳에서 공사 중이어서 마을 여행하기에 환경이 좋지 않다. 아쉽지만 잠깐 들러보는 것으로 일주일간의 아쉬운 로만틱 가도 여행을 마무리했다. 

만석이었던 캠핑카 전용 주차장과 공사 중인 로이흐트방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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