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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Dec 27. 2020

감흥이 약해진다!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69 - 독일 뷔르츠부르크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라!

독일 여행한 지 2주일이 넘어가고 있는 오늘(2019년 5월 1일) 로만 가도 마지막 도시 로이흐트방겐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본다. 그동안 오스트리아에서 들어와 독일 남부 지역의 고성 가도 여행을 마치고 북쪽으로 나 있는 로만 가도를 따라 여행을 해왔다. 이제 천천히 서쪽에 있는 프랑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프랑스로 가기 위해 방향을 틀고 나서 만나는 첫 번째 도시가 뷔르츠부르크. 

뷔르츠부르크는 여행 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도시인데 생각보다 꽤 큰 교통의 중심도시이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를 연결하는 도나우 강을 따라 크루즈도 지나가는 도시이다. 

강 건너편 다리 옆에 있는 대형 공동 주차장 한쪽에 아톰을 정박시킨다. 독일의 다른 도시들처럼 이곳에서도 많은 캠핑카들이 정박을 하고 있다. 늦은 오후에 도착한 관계로 주차장 근처에 있는 Alte Mainbruecke 다리까지만 산책을 다녀왔다.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배가 정박해 있고 배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해주는 갑문이 운영되고 있다.

와인 잔을 들어야 하는가?

다리 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와인 잔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강 건너편 입구에서는 와인을 파는 가계들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다. 아마 강 위에서 와인을 잔에 사서 다리 위에서 기분을 내려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다들 와인 잔을 들고 다리 위에서 와인 잔과 함께 다리를 앵글에 담아 사진들을 찍거나 연인들이 함께 와인을 즐기고 있다. 이 다리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와인 잔을 들어야만 하는 의무를 가진 사람들인 모양이다. 아내는 이 다리는 와인 다리라고 부르자고 한다. 그게 훨씬 이 풍경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아내가 와인교로 명칭한 Alte Mainbruecke

이제 오늘 저녁 휴식을 취할 시간이다. 아톰이 있는 공용 주차장으로 귀환. 오늘도 무사히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골목을 따라가다 도착한 뷔르츠부르크 궁전

어제 다녀왔던 Alte Mainbruecke 다리를 건너 관광 안내소 옆에 있는 붉은색의 Maria Chapel을 만났다. Market Square가 있는 곳에 있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성당 외관이 붉은색으로 치장되어 있는 곳이 드물어서 더욱 이색적으로 보인다. 

붉은 색의 Maria Chapel과 Market Square 풍경

골목골목을 찾아서 오늘 우리의 주요 방문 목적지인 뷔르츠부르크 궁전을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 

궁전까지 가는 길에 만나는 골목 풍경들이 정겹다.

뷔르츠부르크 궁전에서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원형을 활용한 정원이었다. 건물 중앙 앞에 원형 선을 중심으로 정원을 조성하여 놓았다. 보통 정형식 정원이 사각형을 중심으로 정원과 건물을 배치하고 있는 구조에 비하여 매우 색다른 조합이다. 극단적인 나무 삼각형으로 깎아 놓은 정원수들은 이 정원이 정형식 정원 양식에 따랐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나무들은 나에게는 인간이 자연을 통치하는 대상임을 잘 보여 주려는 상징물로 다가온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던 시대의 문화일 것이다. 

원과 직선의 조화가 돋보이는 뷔르츠부르크 궁전의 정원

정원 구경을 마친 후 주교 궁전으로 사용되었다는 궁전 안으로 들어가 본다. 궁전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궁전 입구 천정에 있는 원형 벽화가 매우 이색적이다.  그리고 다른 곳들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못지않게 매우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이렇게 화려한 궁전을 계속해서 보다 보니 이런 건축물에 의한 감흥이 점점 약해진다. 이게 장기 유럽 여행의 후유증인가 보다. 정원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구도심으로 발걸음을 향해 본다.

궁전 입구에 있는 원형 천정 벽화. 조각이 매우 입체적으로 조각되어 있다.

다음 발걸음이 닿은 곳은 뷔르츠부르크 성당. 뷔르츠부르크 구도심에는 많은 성당들이 있지만 우연히 발걸음이 닿은 곳이다. 엄청 화려한 성당은 아니지만 흰색 벽과 검은색 대리석으로 만든 예배 단이 성당을 신성하게 보이게 한다. 지하에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무덤도 있고 죽은 자를 위한 예배당도 있다. 

구도심을 다니다보면 자주 보게되는 교회와 성당들
뷔르츠부르크 성당 모습

힘을 내서 또 가보자

도시를 걷다 보면 힘이 든다. 카페에서 차 한잔과 당분이 많이 들어 있는 것 같은 케이크 그리고 샌드위치로 당분을 섭취해 본다. 도시와 같은 딱딱한 포장도로에서 걷는 것은 힘들일이다. 

당분 섭취를 주목적으로 주문한 메뉴

이제 천천히 아톰에게로 돌아가 본다. 어제 다녀왔던 Alte Mainbruecke에서는 오늘도 와인 잔을 들고 다니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다리 위에서 저 멀리 Marienberg 성도 한눈에 들어온다. 당분을 섭취해서 인지 힘을 내서 올라가 본다. 크게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뷔르츠부르크 전경이 내려다 보인다. 그것으로 이곳까지 힘들게 온 보람이 있다. 

아톰으로 돌아가기 위해 강가로 내려오니 마침 배 크루즈가 운하를 건너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많은 승객들이 창문 밖으로 나와 흥겹게 노래를 부른다. 선상 크루즈를 타고 가는 승객들은 오늘도 즐거운 하루인가 보다. 우리의 남은 여행도 이 분들처럼 즐거울 것이다. 사실 전반기 여행에 비하면 아내와 싸우는 일이 훨씬 줄어들었다. 그것으로 우리 1년 여행을 시작한 목적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달성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기대해도 될 것이다.   

Marienberg 성 입구와 풍경
갑문 통과를 기다리는 크루즈와 흥겨운 승객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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