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31 -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풍경
체코 국경 마을에서 우연히 부탄가스 캔을 사고 흥분된 마음으로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다. 작은 규모의 면세점만이 국경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체코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오는 국경 주변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전형적인 산악지역 풍경이다. 그러나 산을 내려오는 순간 영화 장면이 순간에 변하듯이 전혀 다른 풍경으로 변한다. 산 구릉 위에 목초지로 개발된 푸른 넓은 풀밭이 숲을 밀어낸 그 위에 깨끗하게 정돈된 집들이 드문 드문 눈에 뜨인다. 체코에서 보기 힘들었던 풍경들이다.
국경이라는 좁은 선을 마주하고 있는데 두 지역 풍경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을까. 정돈된 초지를 한 참을 달려 오늘 정박지인 작은 마을 게마인데로 향한다. 오늘 아침에 체스키 크룸로프 방문, 리프노 트레일 트리 방문, 국경 마을에서 부탄 카스 캔 구입 등 많은 일이 있었던 날이다. 무리하지 말고 가야 한다. 어두워지기 전에 무사히 정박지에 도착했다.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 게마인데에서 첫날밤을 잘 보내고 나서 우리는 아침 일찍 Linz(빈과 잘츠부르크 중간에 있는 대도시)를 거쳐 잘츠부르크로 가기로 했다. 린즈를 통과하면 잘츠부르크로 가는 고속도로가 나타난다. 오스트리아는 평지보다 구릉지와 산지가 많다. 잘츠부르크까지 약 130여 킬로미터를 일반도로로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고속도로를 타기로 한다.
오스트리아, 스위스와 같은 나라에서는 비넷이라고 하는 통행권을 사서 차 앞에 붙여야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 있다. 비넷은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처음 만나는 주유소에서 사면된다. 우리도 첫 번째 주유소에 들러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10일권을 9유로에 구입했다. 고속도로 통행권을 당당히 차 앞에 붙이고 나서 주유소 주차장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오늘은 고속도로를 주행하니까 시간적 여유가 있다. 조금 여유를 부려볼 수 있는 날이다.
기름값은 체코에 비해서 조금 높다. 체코에서는 리터당 1.3유로 이하에서 살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그 이상에서 거래되는 것 같다. 기름값에 신경이 더 쓰이기 시작한다.
1)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샤워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고속도로 휴게소 풍경이 궁금해진다. 잘츠부르크에 도착하기 전에 커다란 휴게소에 들렀다. 식당, 편의점, 화장실 등을 탐색해 본다. 식당은 간이 레스토랑 분위기로 여행 중 식사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기대하지 않았던 우리 눈에 들어온 표지판이 있었다. 샤워실 표지판.
'아니, 휴게소에서 샤워를 할 수 있다니!'
아내에게 그 사실을 보고(?)한다. 직원에게 샤워실 이용요금을 물어보니 1인당 2.5유로라고 한다.
"와-우. "
당연히 O.K.
사실 공공 주차장이나 풍경 좋은 곳에서 주로 정박을 해왔었기 때문에 따뜻한 물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샤워시설을 사용한다는 것은 호텔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그것도 5유로에 말이다.
샤워할 수 있는 준비를 다시 해가지고 와서 편의점 프런트에서 키를 받는다. 그런데 키를 하나만 주는 게 아닌가? 샤워실 1개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조금 이상하지만 일단 샤워실로 가본다. 샤워실은 화장실과 세면대, 샤워부스로 구성되어 있어서 공간이 생각보다 여유롭다. 우리는 부부 아닌가. 같이 들어가서 샤워를 하기로 한다. 간단히 샤워를 마칠 수 있는 나부터 샤워부스에 들어가고 그 사이에 아내는 준비를 하기로 한다. 샤워를 하면서 따뜻한 물로 그동안 못했던 작은 빨래도 간단히 한다. 정말로 뿌듯한 시간이다. 그런데 1명 분만 내고 두 명이 사용해도 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샤워실을 들어갈 때 별도로 관리하는 직원은 없고 다만 끝나고 나서 청소만 관리하는 듯하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나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다. 이제야 주차장에서 햇살도 즐기고 주변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본다. 캠핑카들도 여러 대 보인다. 오스트리아부터는 도로에 다양한 캠핑카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러시아를 횡단할 때 캠핑카를 보면 반가워 서로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곤 했다. 그러나 지금 너무 많이 보이니까 손 인사하는 게 더 이상해 보인다(일반도로에서 캠핑카를 만나면 서로 손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아톰 옆에도 몇 대의 캠핑카가 주차를 하고 있다. 아주 작은 차를 개조한 캠핑카에서는 아예 주차장에 빨랫줄을 걸어 놓고 빨래를 말리고 있다. 우리나라 주차장에서 볼 수 없는 풍경들이다.
2) 일요 마트에서 부츠와 양모패드
고속도로 주차장 너머에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오늘은 일요일이 아닌데 중고제품들이나 각자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을 내다 파는 일요 마트가 열리고 있다. 오늘은 오스트리아의 국경일이란다. 그래서 일요일이 아닌데 일요 마트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일요 마트에서 혹시 아내 신발을 살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아내 신발 바닥이 비틀어져서 다리를 더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요 마트에는 정말로 다양한 물건들이 나와 있었다. 사용하던 각종 공구는 물론 책, 시계, 골동품 등등 다양하다. 그런데 바라던 대로 사용하던 신발만을 모아서 파는 곳이 있는 게 아닌가? 발목도 잡아주면서 바닥이 튼튼한 신발이 나와 있다. 그것도 거의 새것 같은 깨끗한 상태로 말이다.
"얼마예요?"
"5유로"
오케. 이제부터 다리가 나아져야 할 텐데.
그러나 아내는 조금 더 다른 곳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여기저기를 더 둘러보다가 한 할머니가 내다 팔고 있는 물건에 시선이 정지한다. 그것은 깨끗하게 세탁되어 잘 정비되어 있는 양모 패드. 하얀색으로 된 꽤 두툼하며 차 안에 잘 때 깔면 될 정도의 적당한 크기. 사실 아내는 러시아에서부터 캠핑카 안에 잘 때 깔만한 패드를 사고 싶어 했다. 그동안 보았던 패드들이 너무 비싸거나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지금까지 사지 못했었다. 그런데 아내가 사고 싶어 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이제 남은 것은 가격.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얼마예요?"
"10유로"
O.K. 이제부터 우리 캠핑카에서 추위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 양모패드 덕분에 여행기간 동안 차 안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체온을 그대로 잡아주어서 이블을 덥고 누워있으면 이블 속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새로 산 신발 덕분인지 그 이후에 아내 다리도 점점 좋아졌다.
오전에 너무 좋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정말로 감사한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