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이색 풍경과 경험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2편 - 치타 구간에서의 이색 경험

by 류광민

하루는 25시간(?)

정말로 하루는 24시간일까?

캠핑카로 시베리아 자동차 횡단 여행을 하다 보면 하루가 24시간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이 틀릴 수도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9월 중순이 되어가던 시점부터 우리는 치타에서 모스크바를 향해 서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때부터 우리는 하루에 300km 정도를 달리는 것으로 일정을 짜고 움직였다. 아침에 출발해서 점심 전에 한번 쉬고 점심 후 휴식 그리고 오후에 또다시 주행 그리고 정박지를 찾아서 저녁과 취침.

이런 식의 일정이 반복되던 어느 날, 아침 8시에 출발해서 2시간 주행 후 핸드폰 시간을 보니 9시가 아닌가? 아니 어찌 이런 일이! 우리는 오늘 서쪽으로 가면서 경도 15도마다 세계 시간이 변경되는 지점을 통과했던 것이다. 위성과 위치를 수신하는 핸드폰이 알아서 그 지역을 기준으로 시간을 바꾼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은 24시간을 사는 게 아니라 25시간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시간이 변경되지 않았으면 10시는 오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적정한 지점을 찾아보던 시간이다 그런데 핸드폰 시간이 9시라고 하니 두 시간 운전하였는데도 마치 한 시간만 운전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몸도 피곤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아침에 한 시간을 번 것 같은 기분.

이런 기분은 왜 드는 것일까?

정말로 한 시간을 번 것일까?

이 지역의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사는 사람들이나 동물들에게 하루는 24시간일까 아니면 25시간일까?


분명 이들에게도 자연이 준 시간은 언제나 우리와 같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제와 달리 오늘 100km 정도를 더 달렸다. 이러한 일은 시베리아 횡단 여행 중 몇 번 반복되었다.


우리는 자연 시간에 맞추어 사는 주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기계 시간에 맞추어져 사는 기계인간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든다.


정말로 나라는 완전한 주체로 사는 것이 정말로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다.


천사와 아침 인사를 나눌 것 같은 풍경들

시베리아 횡단 캠핑카 여행을 하면서 어느 순간에 하늘과 지평선이 매우 가까운 것처럼 보이는 지점을 통과하게 된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위도 38도 전후 지역에서 보내며 살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치타 쪽으로 방향을 틀다보면 어느새 위도 50도 지역에서 차를 몰고 있게 된다. 인구밀도는 매우 낮아서 작은 도시들만 보이고 엄청나게 넓은 초원이나 산림지역들이 펼쳐진다. 광활하게 펼쳐지는 평야지대나 산림지대에서 지평선이 360도로 보일 때에는 지구가 정말로 원형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차가 산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차가 하늘나라까지 갈 것 같은 느낌마저도 든다. 평지 초원을 한 없이 달리다 보면 저 끝에 걸린 구름이 지평선과 닿아있다.


나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에 저 멀리 숲 속에 거인이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거인이 아침잠에서 깨어나서 머리를 들면 머리가 구름 위로 올라가게 되겠지.

그리고 하늘 구름 위에 있는 천사와 아침 인사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


'과거에 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은 지구와 우주에 대하여 어떠한 상상력을 가지고 살았을까? '


분명 고위도 지역에 살았던 과거 인류들은 위도 30도 대에 살았던 우리와 분명 다른 세계관 속에 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정말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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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뻗은 도로가 하늘과 만날 것 같은 풍경들. 누워 있던 거인이 일어나면 머리가 구름 위로 올라갈 것 같고 차가 구름 위로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처음 해보는 일상의 어려움

시베리아 횡단 자동차 여행 중 가장 힘든 코스가 바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치타까지 가는 길이 아닌가 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계속 북진하는 코스이다. 우리는 하바롭스크를 출발하여 유대인 자치구역으로 유명한 비로비잔에서 아톰에게 처음으로 먹을 것을 채웠다. 비로비잔부터 치타까지는(구글 지도상으로는 1,930km 정도) 3박 4일의 긴 일정이다. 도로 표지판에 목적지까지 가는 거리가 천 킬로미터 단위로 적혀 있는 지구 상에 몇 안 되는 지역이지 않을까 싶다.

이 도로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보게 되는 많은 블로그에서 보는 악명 높은 도로이다. 일단 시베리아 도로가 우리나라 도로와 비교하면 좋은 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로 사정이 좋아지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지만(이 길로 되돌아오신 조 선생님께서는 상태가 더 좋아졌다고 한다.) 아직도 공사 중인 도로도 많고 갓길이 없는 도로가 태반이며 엄청난 크기의 화물차들이 고속도로가 아닌데도 시속 90km 정도로 달린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대부분 산악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산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일이 반복되고 사람들이 살지 않을 것 같은 지역들이 몇십 킬로미터씩 이어진다. 이 지역에서 치타까지 가는 거리가 천킬로미터 단위로 표시되는 구간에서는 한국에서 매일 보았던 도로안내 표지판도 새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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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비잔을 지나 치타가는 길. 치타까지 1356km 남았다는 도로표지판과 정박 후 아침의 마을 주변 풍경들


주유소가 없어요(?)

이 구간을 여행 하신 분들이 한결 같이 말씀하시는 것 중의 하나가 주유소 문제이다. 주유소가 자주 없을 수 있으니 연료 보조 통을 가져가라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는 게 내 결론이다. 보조통 또한 짐이고 좁은 차 안에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출발했지만 결론적으로 잘 한 결정이었다.

치타 가는 주 도로 옆으로 크고 작은 마을이나 도시들이 연결되어 있다. 큰 도로만 가면 주유소가 없는 지점들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주행하면서 확인한 바로는 주유소 간격이 가장 먼 거리는 100km 정도이다. 대부분 50km 정도 안에는 주유소가 있다. 그러니까 100km 정도 달릴 수 있는 기름만 있다고 가정하면 언제든지 기름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100km 정도만 달릴 수 있는 상태가 되면 나타나는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에서 알려주는 주유소보다는 더 많은 주유소가 길가에 있고 추가로 만들어지고 있는 주유소들도 있었다.

만약에 내비게이션에서 주유소가 100km 정도 지점에 있고 기름은 그 보다 적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하면 될까? 주행하고 있는 도로에서 가까운 도시(큰 도로에서 마을이 몇 킬로미터 씩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를 검색해 보자. 분명 주유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눈에 보이는 도시로 찾아가면 된다. 나의 경우 주유소 때문에 큰길을 빠저 나와 도시를 찾아들어간 적은 없었다.


기름은 어떻게 넣어요(?)

주유소 찾는 문제보다 더 자주 겪게 되는 애로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기름을 넣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부분 직원이 넣어주든 셀프 주유를 하든 간에 탱크에 연료를 가득 채우기 쉽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기름을 직접 넣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넣으려는 차를 주유기 앞에 세우고 카운터에 가서 넣을 주유기 번호와 기름 종류를 말하고 나서 카운터 직원에게 넣고자 하는 주유비를 미리 지불해야 한다. 그러니까 기름을 넣은 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넣을 기름의 양을 사전에 정해야 한다. 주유소가 한국보다는 뜨문뜨문 있기 때문에 이 길을 처음 가는 운전자는 가능하면 탱크에 기름을 가득 넣고 싶어 진다.


'얼마를 넣으면 탱크에 기름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이 정도 넣으면 혹시 넘치지는 않을까? '


하는 걱정이 자연스럽게 들게 마련이다.


돈을 지불하면 주유기가 작동한다. 그리고 기름 넣은 총을 탱크 주입구에 넣고 손잡이를 당기면 사전에 정해진 양만큼만 기름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탱크에 들어갈 기름보다 더 많이 돈을 지불하면 기름이 넘쳐날 수 있다. 이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연료 보조 통이 필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몇 번 주유를 하다 보면 자동차 계기판과 주행거리를 통해 얼마쯤 넘으면 되는지 감이 오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혹시 모르니 현지에서 구입하여 사용하게 될 식수용 빈 물통(5l)을 잘 말려서 하나 보관하고 있으면 될 듯하다. (참고로 리터 단위로 넣어달라고 하고 카드결제를 하는 것이 쉽다. 숫자에 대한 발음이 어려울 수 있으니 핸드폰 계산기에 숫자를 찍어서 보여주면 된다.)


기온이 매일 달라져요

치타 가는 여행 중 주유 문제보다 훨씬 힘든 일이 있다. 그것은 날씨가 아닌가 한다. 위도가 높아질수록 날씨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추워진다. 그리고 햇빛이 비추면 살을 찌르는 것 같이 아프다. 그러나 밤이 되면 급격하게 추워진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할 때에는 여름옷이었지만 2주일이 안되었는데 벌써 우리는 가을 옷에서 겨울옷으로 바꾸고 있었다. (참고로 우리는 8월 20일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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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사이에 반팔 여름 옷에서 얇은 잠바를 거쳐 겨울등산복과 패딩을 입고 있었다.

햇빛이 위험해요

치타에 가까워지면 기온 이외에 문제가 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이제 차는 북진에서 정서 방향으로 향하게 되는데 오후가 되면 햇살이 운전자 정면을 비추게 된다. 우리는 이 구간에서 해가 차 뒤를 비추게 되는 아침 일찍 주행하고 오후에는 짧게 주행하는 방식으로 대처하였다. 그러나 장시간 주행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해가 차 정면 앞에서 햇살을 비추게 되니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다. 운전석 햇빛 가리개와 선글라스를 반드시 준비해 가면 좋겠다.


도로표지판을 무시하지 마세요

도로와 관련된 것 중 유의해야 할 것이 도로에 설치된 도로 표지판 내용이다.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는 90km이다(한국에서 70km인 도로 수준이다). 차도도 넓고 직선도로인데도 갑자기 50km 제한속도 표지판이 나타나면 반드시 속도를 줄여야 한다. 무시하면 안 된다. 마을을 통과하는 것도 아닌데 제한속도가 낮아진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것은 대부분 도로 상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도로는 대부분 울퉁불퉁한 곳이다. 멀리서는 도로 상태가 잘 안보인다. 큰 화물차들이 최고 제한속도로 달리지만 잘 보면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물차 전복사고를 가끔 목격할 수 있다).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고속으로 달리다가는 울퉁불퉁한 도로에서 차가 춤을 출수도 있다. 특히 캠핑카처럼 무거운 차에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서쪽으로 갈수록(모스크바에 가까워질수록) 대도시들이 많이 나타나고 도로 상태는 더욱 좋아진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떠날 때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 그러나 치타를 지나면 시베리아 횡단의 가장 큰 위험 구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조금 더 가면 과거 몽골 땅이었던 울란우데와 바이칼 호수가 나타나고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 산맥 우랄산맥이 나타난다. 과거 아시아 민족들의 땅이었던 시베리아 횡단이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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