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영광과 불편함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59 - 이탈리아 피렌체

by 류광민

캠핑카 전용 주차장에서의 정박

피사에서 예술의 도시, 꽃의 도시라고 하는 화려한 도시 피렌체로 가는 길은 스위스와 이탈리아 캠핑카 여행에서 고생했던 길과 다르게 무난한 길이다. 덕분에 우리는 피렌체 정박지에 아침 일찍 도착했다. 밀라노처럼 큰 도시에서는 적당한 캠핑카 정박지를 찾기 어렵다. 피렌체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가 이 도시에서 묵어갈 장소로 선택한 곳은 캠핑카를 주 대상으로 하는 사설 주차장이다. 이 곳은 캠핑카에 전원을 공급해주는 전기시설은 되어 있지만 그 흔한 화장실도 쓰레기 통도 없다. 요금으로 20유로나 받으면서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차장 앞에 피렌체 두오모 성당까지 가는 버스정류장이 있다는 것이다. 차를 안전하게 정박시키고 피렌체 시내로 출발한다.


왜, 불편할까?

피렌체 두오모를 중심으로 늘어서 있는 웅장한 느낌의 건물들이 이곳이 르네상스를 꽃피운 요람이었던 도시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다. 기온도 차가워지고 있다. 이런 날은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

두오모 성당은 제노바 성당처럼 흰색과 어두운 색의 대리석을 교차하여 외관을 만들었다. 그리고 둥근 지붕으로 되어 있어서 웅장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그 옆에 조토의 종루라고 하는 종탑이 있다. 종탑으로 보이기보다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왕자나 공주가 살고 있는 궁전 건물처럼 보인다. 흰색, 분홍색, 녹색의 대리석을 사용한 외관이 매우 세련된 문양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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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두오모와 조토의 종루.

내리는 비 때문에 이 예쁜 건물 사진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잘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두오모 성당을 중심으로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건물과 거리가 그리 넓지 않아서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디에서 이 건물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고 두오모 성당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이렇게 이쁜 건물 전체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내가 건물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건물이 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든다. 어느 순간에 내가 도시의 건물들로 인하여 갇힌 곳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편한 생각이 든다.


화려함이 아니라 불편한 느낌

여러 가지 이유로 불편해진 마음을 가지고 우피치 미술관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본다. 가는 길에 만난 건물들의 외관이 모두 무거운 느낌을 준다. 건물 외벽의 돌들의 크기가 다른 도시들에 비해 매우 크다. 거기에 붙어 있는 원형 고리도 매우 크다. 날씨와 더불어 이 분위기가 나를 더욱 불편하게 한다. 이런 것들이 이 도시가 과거 얼마나 영광스럽고 위대하였는지를 상징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골목길을 걷는 이를 누르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20181120_122059.jpg 웅장한 느낌을 주기 위한 거대한 외벽 벽돌이 나에게는 무게감으로 느껴진다.

시뇨리아 광장의 다양한 예술품을 뒤로하고 세계 최대의 르네상스 우피치 미술관 상황을 먼저 살펴본다. 입장권을 현장에서 사려는 사람들이 정말로 길다. 지금 줄을 서면 입장 시간이 2시간 후에나 가능하다. 이 미술관은 르네상스 회화를 주로 모아놓은 세계 최고의 미술관이다. 우리가 미술 교과서에서 흔히 봤던 ‘비너스의 탄생’도 볼 수 있다. 피렌체에 와서 우피치 미술관을 보지 않고 그냥 갈 수는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어떡하면 좋을까! 두 시간 넘게 줄 서 있다가 파김치가 될 상황. 예약금을 내고 사전 예약을 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대시 시간 안에 입장이 가능하다. 참, 인터넷 예약을 하는데 별도의 예약금을 내야 하는 나라. 이 또한 불편하다.


문화권력이 폭력으로 느껴지는 곳

그러나 진짜 문제는 여행사가 예약을 한 단체관광객들이 들어오면 이들을 먼저 입장시킨다는데 있다. 입장 시에 간단한 보안검사를 하는데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단체관광객이 많은 날에는 현장 입장객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정말로 불편한 일이다. 러시아 쌍트의 예르미타시 미술관도 단체관광객이 이곳 못지않게 방문하는 곳이지만 현장 입장객과 단체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입장했다. 왜 이렇게 불편한 시스템을 만든 것일까. 긴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문화권력을 가진 나라의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네가 보고 싶으니까 온 거잖아. 불편해도 네가 참아. 내가 불편한 것은 아니니까.’


이런 생각이 나의 과대망상이 아니길 바란다. 어찌하겠는가. 오늘 우피치 미술관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 오후 3시쯤 오자. 사람들이 조금 줄어들었겠지. 그럼 대기시간이 짧아져 있을 거야. 3시까지 우리는 간단히 점심도 하고 베키오 궁전 안뜰에서 휴식도 취해 본다.

20181120_125455.jpg 베키오 궁전 안뜰. 메디치 가문의 영광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시뇨리아 광장의 조각상 특히 지암 볼로나의 ‘사비네 여인의 강간’이 나의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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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방점이 있는 베키오 다리도 다녀왔다. 베키오 다리 위 상점 사이로 보이는 강 풍경이 날씨가 추움에도 불구하고 아기자기하게 보인다. 이 아기자기한 풍경이 불편했던 내 마음을 조금 위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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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에 우피치 미술관으로 돌아온 우리는 1시간 정도 대기한 후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 닫는 6시 반까지 세계 최대의 르네상스 미술품을 보관하고 있는 우피치 미술관의 작품 세계 속에서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거대한 미술관을 두 시간 동안에 보는 것은 정말로 낭비라는 사실도 확인하면서 말이다. 너무나 아쉬운 시간이다. 그러나 관람 종료 안내 멘트가 나오고 있다. 창 밖을 보내 어느덧 도시에는 어둠이 내렸다. 다시 캠핑카 정박지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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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도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불편함을 준다. 권력이 화려함과 웅장함을 사용하는 도시 그리고 그 유물을 문화권력으로 사용되고 있는 도시가 피렌체였다.
20181120_165954.jpg 우리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끓었던 "Venus of Urbino"

* 미술관에서 나누었던 아내와의 대화 내용은 다른 곳에서 기록해 보려고 한다. 우리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림은 Tiziano Vecellio의 Venus of Urbino(1538년)였고 왜 화면이 2개로 구분되는 구도를 가지고 있는가, 상자를 들여다보는 아이는 무엇을 찾고 있는가 그리고 왜 세명의 인물들은 각각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기존에 이 그림에 대한 논평의 주제와 내용과는 사뭇 다르지만 말이다. 각자의 느낌대로 말해보자. 이 또한 우리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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