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정원-29

자귀나무 꽃송이

by 박용기
여름 정원-29, 자귀나무 꽃송이


여름 정원에 펼쳐진 불꽃잔치


자귀나무 꽃들이 물 위에 떨어져

불꽃이 되었습니다.


꼭 여자들의 분홍 볼터치용 화장솔 모양의

자귀나무 꽃송이에선

정말 옛날 코티분 냄새가 납니다.


자귀나무는

잎이 늦게 나기로 유명한 나무입니다.

봄에 다른 나무들은 꽃이 피고 잎이 나고

그야말로 난리부르스를 춰도

다 죽은 것 같은 나무에서

느긋이 잎을 내고 멋진 꽃을 피웁니다.

또 밤이면 미모사 닮은 잎을 오므려

잠을 자는 나무입니다.

그래서 '잠자는데 귀신같은 나무'라는 뜻의

'자귀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물 위에 떨어진 잎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여름날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예쁜 부채 같기도 합니다.


때로는

남들이 무얼 하든 부화뇌동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자신의 길을 가는

자귀나무의 느긋함이 부럽습니다.







자귀나무꽃/ 홍해리


하느님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한 향을 뿌리며

서편 하늘에 펼치는

천사의 부채

가슴속

타는 불잉걸

홀로

사루며

부채질 하시는 하느님

한여름

진땀을 닦고 닦아

가을 오는 길목

선선한 바람

마련하시고

잠이나 주무시지요

하늘자락 펄럭이며

바람이 감기는데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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