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박용기의 사진공감 2021
나를 붙잡는 순간들-20
개여뀌와 밤송이
by
박용기
Oct 20. 2020
나를 붙잡는 순간들-20, 개여뀌와 밤송이
공주의 한 밤 농장으로
밤 줍기 체험을 하러 갔습니다.
내가 연구소에 근무할 때는
주말에 연구소에 들러
떨어진 밤들을 주우며 즐거워했던
아내와 외손녀가
내가 연구소를 퇴직한 후
처음 맞는 이 가을에
그냥 넘어가기 좀 서운해해서
가까운 공주 밤 농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갔을 때 너무 재미있어
다시 한번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사이 벌써 밤 줍기도 끝물이 되어
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욕심을 버리고
셋이 한 자루에만 채우기로
했습니다
.
밤 농장이 제법 넓어
나는 따로 떨어져 아직 밤이 달려있는 나무 밑에서
알밤을
모은
뒤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철 늦은 난쟁이 제비꽃,
작은 흰 꽃을 피우고 있는 까마중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 밤나무 밑에는 개여뀌 꽃이 무리 져
피어있었습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쳐 더욱 붉게
물든
개여뀌 위에
토실 알밤이
든 밤송이 하나도
내려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밤 줍기는 잠시 잊기로 하였습니다.
내 손에는 밤 줍는 집게 대신
벌써 카메라가 들려있었으니까요.
붉은 개여뀌와 함께
10월이 아름답게 여물어 가는 오후였습니다.
시월의 편지/ 이민영
허리 사이로 가을이 살랑거립니다.
먼 남국에서 오는 슬픈 계절은
이따금씩 하늘빛에 젖고 싶은 웃음으로 답을 합니다.
오늘 이날은 님의 고향입니다.
때로는 지새야 할 겨울날의
하얀 입김에 추워하기도 하고,
바람조차 막아 줄 수 없는
고산(高山)의 나무 홀로서도 이미 높고 황홀하여
가을 가득 붉은 노을로 다가옵니다.
단풍잎 줄기 사이사이 선명해진 핏 줄 속에는
그대의 얼굴로 노래된 고배의 글입니다.
지난날도 그리했듯이.
선홍같은 순정은 사각거림으로 남습니다.
가을에는 시월의 나무잎 하나가
시월의 눈(目)가를 거닙니다.
#나를_붙잡는_순간들 #개여뀌 #밤송이 #밤농장 #2020년
keyword
사진
들꽃
감성글
10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박용기
취미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연구자
맛있다, 과학 때문에
저자
청연(靑涓), 사진과 글로 공감하고 싶은 과학자, 과학칼럼니스트, 꽃 사진 사진작가, 포토에세이스트
팔로워
224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붙잡는 순간들-19
나를 붙잡는 순간들-21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