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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Oct 20. 2022

혼자가 아닌(Not alone)-8

참취 꽃

혼자가 아닌(Not alone)-8, 참취 꽃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60s, ISO 200



봄이면 아내는 취나물을 뜯으러 가고 싶어
살짝 바람이 듭니다.


전속 운전기사인 저는 당연히 동행합니다.

함께 사는 외손녀도 자동으로 함께 갑니다.


봄이면 한 두 번씩 가는 금산의 한 야산.

각자 흩어져 취나물을 뜯습니다.

그리고 뜯어온 각자의 취나물 후보들은

현장에서 아내의 검사를 거쳐야만

진정한 취나물이 됩니다.


처음엔 반타작이나 했을까요?

비슷한 아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저도 베테랑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뿌리째 뽑힌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아내는 집에 와 화분에 심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예쁜 취 꽃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해서 몇 번은 발코니에서

참취 꽃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갔던 무주 카페의 테라스 옆에

예쁜 참취 꽃이 피어있었습니다.

하얀 꽃이 별처럼 아름답습니다.


이 꽃도 여러 송이들이

모여 피어야 아름답습니다.

혼자가 아닐 때

 아름다워지는 합의 법칙이라고나 할까요?





/ 유희주


봄이 머물던 날에는 내 것을 다 너에게 주고 있는 줄 알았다

어린잎을 가져가는 너와 상하는 줄도 모르는 나는 오전 아홉시 반쯤에 놓여 있었으니

아직 이슬이 다 마르지 않았으니

여들여들한 속살을 맞대고 착각할 수도 있었겠다


지집이 쉰을 바라보면 대가 씨어지고 무서분것이 없디야


취는 어린잎을 내어 주고도 잎을 성성하게 피우더니 언제 나를 주었더냐 싶게 시퍼렇다

여름 내내 취의 대가 하도 꼿꼿해서 뻔뻔하다 싶었다

살아 내는 뻔뻔함, 숨이 멎을 것 같았으나

꽃잎을 듬성듬성하게 여덟 개나 갖고 있는 꽃들이 피기 시작하자

바람이 폐를 서늘하게 휘돌고 밖으로 나온다

뜨거운 입김


본시 씨앗은 숨기는 법, 다 주지 못하고 마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

듬성듬성한 꽃잎은 오후 다섯시와

다행스럽게도

어울린다




#혼자가_아닌 #참취_꽃 #들꽃 #무주_카페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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