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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08. 2022

사라져 가는 것들-3

억새에 부는 가을바람

사라져 가는 것들-3, 억새에 부는 가을바람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87.5mm, ƒ/11.0, 1/500s, ISO 100

다중노출


가을이 바람을 일으켜
억새 끝을 흔듭니다.


춤을 추 듯 흔들리는 억새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마구 흔들리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가을바람은

일 년 동안 수고하여 맺힌 씨앗들을

멀리멀리 퍼뜨려주기 위한

생명의 바람입니다.


그 앞에 선 

내 마음도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어디 든 훌쩍 날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은 모든 것이 빠르게 사라져 갑니다. 

그 속에서 

세월의 흐름이 

가슴속에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갑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하는

정화의 바람이면 좋겠습니다. 





가을 바람이해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은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 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사라져_가는_것들 #억새 #가을바람 #동네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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