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에 부는 가을바람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87.5mm, ƒ/11.0, 1/500s, ISO 100
다중노출
가을이 바람을 일으켜
억새 끝을 흔듭니다.
춤을 추 듯 흔들리는 억새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마구 흔들리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가을바람은
일 년 동안 수고하여 맺힌 씨앗들을
멀리멀리 퍼뜨려주기 위한
생명의 바람입니다.
그 앞에 선
내 마음도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어디 든 훌쩍 날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은 모든 것이 빠르게 사라져 갑니다.
그 속에서
세월의 흐름이
가슴속에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갑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하는
정화의 바람이면 좋겠습니다.
가을 바람/ 이해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은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 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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