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칸다 열매와 물까치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200mm, ƒ/3.5, 1/1250s, ISO 400
물까치의 입에
피라칸다 붉은 열매 하나가 달렸습니다.
아
그게 아니고 열매을 따서 막 먹으려는 순간이군요.
아파트 화단에
붉게 익은 열매를 가득 맺은
자그마한 피라칸다(pyracantha) 나무 하나가 있습니다.
봄이면 작고 하얀 꽃이 피고
여름엔 노랗던 열매가
가을이 되면서 붉어집니다.
언젠가부터
이 나무에 물까치때가 날아와
이 붉은 열매를
참 맛있게도 먹습니다.
몇 년 전에는
직박구리의 놀이터였는데
올해엔 물까치가 차지했습니다.
잠시 먹이를 구하러 왔던
직박구리 한 마리가
간신히 열매 몇 알 따먹다가
물까치때에 쫒겨 달아납니다.
그리곤
며칠만에 이 나무의 열매는
모두 사라져버리고
이제는 가을빛을 잃고 말았습니다.
오세영 시인은
모든 열매는 둥글다고 합니다.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다고.
정말로
피라칸다 나무에도 가시가 있지만
붉은 열매는 둥글어
새들의 뾰족한 입 속으로
이 가을처럼 사라져 갔습니다.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아
새들을 살게 하고
그를 통해 자신도 자손을 퍼뜨리는
자연의 위대한 진리를 깨닫습니다.
열매/ 오세영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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