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기 Nov 23. 2022

이 가을의 색-13

피라칸다 열매와 물까치

이 가을의 색-13, 피라칸다 열매와 물까치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200mm, ƒ/3.5, 1/1250s, ISO 400


물까치의 입에
피라칸다 붉은 열매 하나가 달렸습니다. 


그게 아니고 열매을 따서 막 먹으려는 순간이군요.


아파트 화단에 

붉게 익은 열매를 가득 맺은

자그마한 피라칸다(pyracantha) 나무 하나가 있습니다. 


봄이면 작고 하얀 꽃이 피고

여름엔 노랗던 열매가

가을이 되면서 붉어집니다. 


언젠가부터

이 나무에 물까치때가 날아와

이 붉은 열매를 

참 맛있게도 먹습니다.


몇 년 전에는 

직박구리의 놀이터였는데

올해엔 물까치가 차지했습니다. 

잠시 먹이를 구하러 왔던

직박구리 한 마리가

간신히 열매 몇 알 따먹다가

물까치때에 쫒겨 달아납니다.


그리곤

며칠만에 이 나무의 열매는

모두 사라져버리고 

이제는 가을빛을 잃고 말았습니다. 


오세영 시인은

모든 열매는 둥글다고 합니다.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다고.


정말로 

피라칸다 나무에도 가시가 있지만

붉은 열매는 둥글어

새들의 뾰족한 입 속으로

이 가을처럼 사라져 갔습니다.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아

새들을 살게 하고

그를 통해 자신도 자손을 퍼뜨리는

자연의 위대한 진리를 깨닫습니다.




 열매/ 오세영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가을_색 #피라칸다 #물까치 #아파트_정원 #둥근_열매 #2022년

매거진의 이전글 이 가을의 색-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