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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28. 2022

이 가을의 색-17

서어나무

이 가을의 색-17, 서어나무

Pentax K-1/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50mm, ƒ/3.5, 1/125s, ISO 100



가을이면 황금나무로 변하는 나무

서어나무의 가을빛이

참 곱습니다.


석양빛에  반짝이는

가을 잎새와

주렁주렁 장식처럼 매달린 열매들이

이 가을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소명을 다 한 자의 멋진 모습과 여유로움이

흠뻑 묻어나는 금빛 플랙스!


저 멋진 나무를 보며

이 나이에 내가 자랑할 꺼리는 뭘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냥 늙어가지 않고 성숙해가서

생을 마감하기 전

저 황금나무처럼 아름다운 때가 있기를

조용히 기도합니다.




황금나무 아래서 / 권혁웅  


황금나무를 본다
저 나무는 세계수, 하늘을 향해 직립한 채
부채 모양의 금빛 엽편(葉片)들을 쏟아낸다
나무가 이곳에 뿌리내린 것은 아주 오래 전이다
저 금빛 환상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나무 위에 집을 짓는 족속이었을까

아까부터 젊은 연인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제단에 앉아 있다 저 신성한 이들의 황금시대를
기록할 문자가 나에겐 없다
다만 나는 내 안에 기식하는 너무 많은 것들을
금빛 바람 위에 실어 보낼 뿐이다

내 몸을 온통 물들이는 황금나무를 보며
나도 몇 번의 제의를 거쳐 온 듯하다
마르고 헐벗은 가지가 푸르고 노란빛으로
거듭 생을 치장하는 동안
내게도 두어 편 격절과 비약의 연대기가 있었다
이제 나무에 기대어 나는 내가 꾼 꿈들이
신화의 어느 먼, 지금은 잊혀진
하나의 가계(家系)였다고 생각하며

투두둑 떨어지는 황금의 알들을 줍는다
저것들은 버리면 새들이 날개를 덮거나
미소가 피해가리라 진동하는 냄새는
새로운 탄생의 후경(後景)이었던 셈,
나도 언젠가 난생(卵生)의 꿈을 꿀 것이다




#가을색 #서어나무 #황금나무 #가을잎 #동네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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