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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29. 2022

이 가을의 색-19

산수유

이 가을의 색-19, 산수유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60mm, ƒ/3.5, 1/200s, ISO 200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에 등장하는

붉은 산수유 열매가 정말 붉게 익은 11월의 끝입니다.


이맘때면

아기 예수가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성탄절을 기다리는

대림절(待臨節)이 시작되는 주일입니다.


대림절은 영어로는 Advent라고 합니다.

영어의 advent가 '도래' 혹은 '출현'을 의미하는데,

대문자로 시작하면 대림절 (혹은 강림절)이 됩니다.


서양에서는 아이들에게

Advent calendar라는 것을 선물합니다.

보통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날짜에 맞는 칸이 있고 

이 칸을 열면 작은 선물이 들어있어

매일매일 새로운 선물을 받으며 

성탄절을 기다리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성탄절을 카운트다운하는 샘이죠.


성탄절 무렵에

옛 것이 사라진 도시에 내리는 눈을 보며

열병을 앓던 자신을 위해

눈을 헤치고 붉은 산수유 열매를 따오셨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를 읽으면

빛바랜 오랜 추억이 떠오릅니다.


반짝이는 눈과 

불빛이 환한 교회당이 그려진 미국 카드,

그리고 달콤한 희고 붉은 줄이 있던 

캔디 스틱이 들어있는 봉지.

어릴 적 크리스마스(성탄제)에 대한

달콤한 추억이......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山茱萸)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가을색 #산수유_열매 #붉은_열매 #대림절 #성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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