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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Dec 17. 2022

가을의 초상-3

가을의 초상-3, 억새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87.5mm, ƒ/3.5, 1/1000s, ISO 200


가을의 몇 가지 키워드
단풍과 낙엽, 파란 하늘, 
코스모스, 억새,
그리고 이별

얼마 전 

연구소에 함께 근무했던

선배 한 분의 빈소에 다녀왔습니다.


온화한 웃음을 띤 영정사진을 

한동안 바라보았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우리 곁을 떠났지만,

이제는 고통없는 천국에서

영면하시길 기도하였습니다. 


한 생을 마감하면서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영정사진.

따뜻한 미소로 인사하는

그분의 영정 사진이

마음 속에 오래 남습니다.


지난 가을도

여러 모습의 초상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억새의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도 

그 중 하나입니다.


언젠가는 이 가을처럼

저도 떠나야 하는 것을 실감합니다. 

저의 영정 사진에도 이렇게

따뜻하고 온화한 모습이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구름 밥상/ 김승희


검은 리본이 둘러쳐진 영정사진 아래서

밥을 먹는다. 

모란꽃 같은 구름이 밥상으로 내려왔다. 

아니 모란꽃 같은 밥상이 구름 위로 올라갔다. 

이 꽃 같은 구름 밥상,

어이, 어언, 어이, 그런 밥상.


검은 리본이 둘러 쳐진 영정사진 아래서

밥을 먹는다

모란꽃이 뚝뚝 지기 시작하는 밥을 먹는다.

흘러가는 밥상,

언제나 모든 밥상은 흘러가는 밥상이었다.  

어이, 어언, 어이, 그런 밥상.


어느 화창한 날

어느 고유한 날

검은 리본 둘러쳐진 영정사진이 되어

나도 식구들 흘러가는 밥상에 둘러앉아

흘러가는 밥 먹는 것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어이, 어언, 어이 그런 날.


피란 원래 구름으로 만들어졌고

정액도 원래 구름으로 만들어졌고 

달도 원래 구름으로 만들어졌고

해도 원래 구름으로 만들어졌고

태초에 구름 밥상,

모란꽃 지었다 피는 그런 구름 밥상,

어이, 어언, 어이, 어이, 아 그런 밥상……




#가을_초상 #억새 #이별 #영정_사진 #동네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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