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초상-5, 까치밥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40mm, ƒ/3.5, 1/250s, ISO 200
감나무에 남아있는
가을 잎 몇 개와
까치밥으로 남겨둔 홍시가
지난가을이 여기 머물렀던 곳임을 알려줍니다.
가지 끝의 홍시는
따기도 힘들지만,
굳이 따지 않고 남겨두어
겨울에 새들의 먹이로 내주는
넉넉한 마음이 홍시처럼 참 곱습니다.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장수의 산골에 있는
작은 카페 앞에 있는 감나무에도
붉은 홍시가 아직 많이 남겨져있었습니다.
잠시 나무 밑에서 기다리면
배고픈 직박구리가 날아와
붉은 감을 부리로 찍어
한 입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나누기 위해 남겨둔
붉은 감들이
이맘때면 옷깃에 다는
붉은 사랑의 열매 같아 보였습니다.
까치밥/ 송수권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주는
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철없는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사랑방 말쿠지에 짚신 몇 죽 걸어놓고
할아버지는 무덤 속을 걸어가시지 않았느냐
그 짚신 더러는 외로운 길손의 길보시가 되고
한밤중 동네 개 컹컹 짖어 그 짚신 짊어지고
아버지는 다시 새벽 두만강 국경을 넘기도 하였느니
아이들아, 수많은 기다림의 세월
그러니 서러워하지도 말아라
눈 속에 익은 까치밥 몇 개가
겨울 하늘에 떠서
아직도 너희들이 가야 할 머나먼 길
이렇게 등 따숩게 비춰주고 있지 않으냐
#가을의_초상 #감 #까치밥 #직박구리 #장수 #긴물찻집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