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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Dec 20. 2022

가을의 초상-5

까치밥

가을의 초상-5, 까치밥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40mm, ƒ/3.5, 1/250s, ISO 200


감나무에 남아있는
가을 잎 몇 개와
까치밥으로 남겨둔 홍시가
지난가을이 여기 머물렀던 곳임을 알려줍니다.


가지 끝의 홍시는

따기도 힘들지만,

굳이 따지 않고 남겨두어

겨울에 새들의 먹이로 내주는

넉넉한 마음이 홍시처럼 참 곱습니다.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장수의 산골에 있는

작은 카페 앞에 있는 감나무에도

붉은 홍시가 아직 많이 남겨져있었습니다.


잠시  나무 밑에서 기다리면

배고픈 직박구리가 날아와

붉은 감을 부리로 찍어

한 입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나누기 위해 남겨둔

붉은 감들이

이맘때면 옷깃에 다는

붉은 사랑의 열매 같아 보였습니다.





까치밥/ 송수권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주는

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철없는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사랑방 말쿠지에 짚신 몇 죽 걸어놓고

할아버지는 무덤 속을 걸어가시지 않았느냐

그 짚신 더러는 외로운 길손의 길보시가 되고

한밤중 동네 개 컹컹 짖어 그 짚신 짊어지고

아버지는 다시 새벽 두만강 국경을 넘기도 하였느니

아이들아, 수많은 기다림의 세월

그러니 서러워하지도 말아라

눈 속에 익은 까치밥 몇 개가

겨울 하늘에 떠서

아직도 너희들이 가야 할 머나먼 길

이렇게 등 따숩게 비춰주고 있지 않으냐




#가을의_초상 #감 #까치밥 #직박구리 #장수 #긴물찻집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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