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삶-11

by 박용기


지난가을에

가지채 부러져 땅에 떨어진 잎들은

겨울이 되니 마르고 등이 굽었습니다.


그래도

이른 아침 서리로 몸단장하고

옹기종기 모여

겨울 아침 햇볕에

일광욕을 즐기나 봅니다.


마른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참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찬 서리와 따스한 햇볕이

아이러니하게도 잘 어울립니다.


세상은 늘 이렇게

힘들게 하는 일들도 있지만

한 구석에서는

따스하게 손 내미는 사람들이 있어

겨울 같은 세상을 살아가게 합니다.





서리꽃 / 정일근


차가워진 적이 없는 사람은

사랑으로 뜨거워지지 못한다

세상의 모든 약속 빙점 아래 잠들어

꽃눈 속의 봄꽃들 아직 눈뜨지 못하는데

겨울의 새벽 입술이 유리창에 닿는

얼음의 길을 따라 서리꽃 핀다

서리꽃은 빙점하에 피는 뜨거운 꽃

허공에 뿌리내린 불가해의 꽃

차가운 하늘에서 빛나기 위해

별이 스스로 뜨거워지듯

땅의 가장 차가운 곳에서 피는

하늘의 가장 뜨거운 꽃이여

사랑의 비등점은 빙점에도 있으니

사랑에 꽃피우기 위해

오랜 눈물 버리고 차가워지려니

내 끓는 영혼의 꽃밭으로 찾아와 피어라

피어라 사랑의 뜨거운 꽃이여





Pentax K-1 /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8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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