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간의 모습

by 박용기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의 정기적인 검사를 위해

둘째 딸 집에서 하루를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빈 시간에 집 앞 홍제천변 산책로를 잠시 걸은 적이 있습니다.


냇물 일부는 얼어있었지만

녹은 부분에서는

흐르는 물밑이 잘 들여다 보였습니다.


흐르는 물과 아래의 돌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햇살이 물에 아른 거리며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물에 잠긴 가을 낙엽과 돌 위로

햇살이 그리는 무늬가

매 순간 달라지며

시간이 춤을 추며 흘러갔습니다.


가을을 지나 겨울

그리고 그 겨울을 지나

다음 봄으로.


시간은

한 순간도 같은 모습이 없이

다른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갈 것입니다.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월이 가는 소리/ 오광수


싱싱한 고래 한 마리 같던 청춘이

잠시였다는 걸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서른 지나 마흔 쉰 살까지

가는 여정이 무척 길 줄 알았지만

그저 찰나일 뿐이라는 게 살아본 사람들의 얘기다


정말 쉰 살이 되면 아무 것도

잡을 것 없어 생이 가벼워질까.


쉰 살이 넘은 어느 작가가 그랬다.

마치 기차 레일이 덜컹거리고 흘러가듯이

세월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요즘 문득 깨어난 새벽,

나에게도 세월 가는 소리가 들린다.

기적소리를 내면서 멀어져 가는 기차처럼

설핏 잠든 밤에도 세월이 마구 흘러간다.


사람들이 청승맞게 꿇어앉아 기도하는

마음을 알겠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400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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