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겨울의 그림자가 서서히 짧아질 무렵
매화 가지에는 하얀 봄이 하나 둘 맺힙니다.
그리고도 몇 번의 눈보라와 꽃샘추위가 지나야
봄이 살짝 열리기 시작합니다.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라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처럼
살수록 겨울은 길고
봄을 맞을 햇수도 줄어들지만,
매화 봉오리에 찾아오는 봄이 예뻐
몇 번이고 매실나무 앞을 찾아갑니다.
드디어 벌어지는 꽃봉오리를 보며
제 마음속에서도
봄이 시작됩니다.
한 해의 봄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감사드리며.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희디흰 봄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400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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