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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가든에 핀 꽃-2023-4

버들마편초 Verbena bonariensis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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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도 너무 뜨거운 8월입니다.


열기가 오르는 오후가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외손녀는

에어컨이 켜있는 외손녀의 방으로

피서 여행을 떠납니다.


셋이 모여 함께 지내니

정말 여름휴가를 온 것 같습니다.


방학이라 학교에 안 가는 외손녀,

백수라 직장에 안 가는 할아버지,

그리고 늘 이 가정을 지켜온

터줏대감 할머니.


사정은 각기 다르지만

8월 무더위는

모두를 하나로 묶어둡니다.

모두가 사랑하는 에어컨 안으로.

서로의 사랑도 8월엔 더 깊어지길 바라며......


그런데 참 미안합니다.

에어컨을 켜면

방안의 열기를 발코니로 뿜어내야만 합니다.

발코니에 살고 있는 화초들은

그렇지 않아도 찜통더위에

에어컨 컴프레셔에서 나오는 열기까지

덤터기를 써야 하니.....


지난해 화분에 심어둔 버들마편초가

올해에도 예쁘게 꽃을 피웠습니다.

이 아이는 꽃이 참 오래도 갑니다.

조그맣게 시작한 꽃방울이

점점 많은 꽃들이 합세하면서

커다랗게 자라나는 것도 신기합니다.


전라남도 신안군에는

퍼플섬이라는 섬들이 있습니다.

섬에 꿀풀, 라벤더, 아스타 등

보라색 꽃이 가득하고

온통 보라색으로 칠을 한 섬.

라벤더가 지고 없는 여름엔

보라색 버들마편초가 대신한다고 합니다.


우리 세 식구도

외손녀방을 나와

버들마편초가 피어있을

퍼플섬으로 진짜 여름휴가를 떠날 준비를 합니다.





8월/ 안재동


너만큼 기나긴 시간 뜨거운 존재 없느니.

뉜들 그 뜨거움 함부로 삭힐 수 있으리.

사랑은 뜨거워야 좋다는데

뜨거워서 오히려 미움받는 천더기.


너로 인해 사람들 몸부림치고 도망 다니고

하루빨리 사라지라 짜증이지.

그래도 야속타 않고 어머니처럼 묵묵히

삼라森羅 생물체들 품속에 다정히 끌어안고

익힐 건 제대로 익혀내고

삭힐 건 철저히 삭혀내는 전능의 손길.


언젠가는 홀연히 가고 없을 너를 느끼며

내 깊은 곳 깃든, 갖은 찌끼조차

네 속에서 흔적 없이 삭혀버리고 싶다.

때 되면 깊고 긴 어둠 속으로 스스로 사라질,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8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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