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문을 두드릴 때-5

석산 Lycoris radiata/red spider lily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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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석산이 붉게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꽃무릇이라고도 부르는 석산도

상사화처럼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꽃입니다.


하지만

봄에 잎이 먼저 나와 스러진 뒤

늦여름 꽃대를 올려 꽃이 피는 상사화와 달리,

석산은

9월이면 꽃대가 올라와 붉게 꽃이 피고

꽃이 지면 잎이 나와

겨울을 납니다.


흰색의 석산도 있다고 하는데

사진으로만 보았고,

가을이면 붉게 피는 석산만 만났습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뒤

빗방울이 맺힌 석산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온통 붉은색인 데다가

유난히도 길고 360도 방향으로

길게 뻗은 꽃술 때문에

꽃 전체를 사진에 담기가 어려운 꽃 중 하나입니다.


꽃술과 빗방울이 만든 자연의 예술을

추상적인 느낌으로 담아보았습니다.


석산은

피처럼 붉은색의 꽃과

꽃이 가지고 있는 독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죽음의 꽃'이라 여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꽃말도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슬픈 추억'입니다.


슬픈 추억이 묻어 나는

붉은 석산이 피는 9월도

벌써 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꽃무릇/ 김해진


잎 없이 피어도

외로워하지 않고

흔적 없이 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세상에 뿌리는

억장 무너지는

너의 사랑 이야기

발길 멈추고

듣다가

읽다가

내 심장도 노을로 타오른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5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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