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손길-9

가을비

by 박용기


여린 잎을 내어

봄을 맞던 잎들이

여름의 무더위와 소낙비 속에서

삶의 깊이를 키운 후

가을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짙은 감성으로 채색됩니다.


붉게 물든 하트 모양의 계수나무 잎도

가을비를 맞으며

작별을 준비하는 날.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영혼은

벌써 하늘을 향해 날아오릅니다.


가을잎 끝에

빗방울 곱게 그려놓은

가을의 멋진 솜씨를 보며


내 삶의 끝도

저리 곱게 물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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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최다원


가을날의 휴일아침

배낭을 메고 산을 올랐다

막 도착한 가을이 나뭇잎을 물들이고

포근하게 느껴오는 바람한줄기가

소나무 가지 끝에 머문다


한껏

찌푸렸던 회색 구름이

갑자기 굵은 비가 되여 내리고

소나기는 온몸을 적셨다


한때는 나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지

예고 없이 다가온 소나기 같은 사랑은

피할 수도 없이 모두 적셔 두고

구름사이로 미소 짓는 태양처럼

시치미를 떼였었지


가을비속에

퇴색한

그리움하나

어제 밤 고요히 흐르던 달처럼

창백하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200mm, ƒ/3.5, 1/8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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