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손길-22

참빗살나무 열매 Euonymus hamiltonianus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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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럽에 빈대가 퍼져 골치를 앓고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등장해 퍼지고 있다는 뉴스를 봅니다.


어릴 적 생각이 나게 하는 뉴스지만

결코 향수에 젖을 유쾌한 뉴스는 아닙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빈대뿐만 아니라 벼룩도 있었고,

옷과 머리에는 이도 살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 속옷을 벗겨

뒤집은 뒤 천과 천을 이은 솔기 틈에 숨어있던

이를 잡아주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겨울철에 자주 감지 못했던 머리에도

머릿니와 이가 낳은 알 서캐가 있어

어머니의 고운 참빗으로 빗으면

옷에 사는 이 보다 검은 머릿니가 우수수 떨어지던 기억이 납니다.

참빗으로도 떨어지지 않는 서캐는

일일이 손으로 눌러 잡아주셨습니다.


이때 사용하던 참빗은

대나무로 만들기도 하지만

옛날에는 단단하고 내구성이 있으면서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참빗살나무를 이용해서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무의 이름이 참빗살나무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참빗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서캐가 무언지도 모르겠지만

참빗살나무는 요즘에도 가을이면

이렇게 붉고 고운 열매를 맺습니다.




참빗살나무/ 김윤숙


참빗처럼 나뭇잎을 파고드는 저 햇살에

한라 능선 차오르는 치렁치렁 그 머릿결

언젠가 마주친 소녀 빛나던 이유 알겠다


어머니 나를 눕혀 서캐를 고르시던

그 손길 설핏 든 잠, 홀로 깨어 서러운 날

땀 냄새 절은 머리칼 참빗살나무 근처다


몇 번을 멈칫대다 끝내 찾지 않은 집

수직의 돌계단 산정 아래 이르러

푸르름 순명으로 받드나 붉게 익는 열매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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