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손길-26

산수유 Cornus officinalis

by 박용기


꽃이 사라진 숲에

꽃처럼 붉게 숲을 밝히는

산수유 열매가 익었습니다.


생 산수유 열매는

새콤하고 떫은맛이 나지만,

믿거나 말거나

'남자들에게 참 좋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산수유는 저열량, 저지방 약재로

원기회복과 배뇨장애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초겨울 숲 속에

빨갛게 켜진 산수유 등을 보며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山茱萸)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s, ISO 200


#가을의_손길 #산수유_열매 #붉은_열매 #동네 #2023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을의 손길-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