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떠난 자리-1

겨울나무

by 박용기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나 묘비에 이름 하나는 남기겠지요.

물론 위대한 업적을 쌓고 가면 멋지겠지만,

잘 살다 갔다는 좋은 평판 하나,

나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했다는

고마운 기억들

이런 것들을 남기고 떠난다면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겠지요.


에머슨의 시처럼.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인해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초겨울의 아침에 나선 산책길에서

가을이 떠난 자리엔

무엇이 남아 있을지 찾아보았습니다.


갈대숲 멀리

텅 빈 겨울나무 둘이

서로를 의지하듯 다정히 서있습니다.


가을은 아름다웠던 기억만을 남기고

모든 걸 버리고 떠났습니다.

가을이 떠난 자리엔

초겨울의 간결하고 담담한

그림 하나가 걸려있습니다.




빈자리/ 나태주


누군가 아름답게

비워둔 자리

누군가 깨끗하게

남겨둔 자리


그 자리에 앉을 때

나도 향기가 되고

고운 새소리 되고

꽃이 됩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아름답고 깨끗하게

비워둔 자리이고 싶습니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92.5mm, ƒ/11.0, 1/80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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