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떠난 자리-2

낙엽

by 박용기


가을이 떠난 자리를 찾아 나선

초겨울 아침 산책길가에

아직도 녹색을 잃지 않고 있는 풀밭 위에

칡덩굴이 누워있었습니다.


가을을 기억하기 위해

햇살에 늙어버린 가을잎을 비춰봅니다.

오래된 빛바랜 사진처럼

추억은 늘 세피아톤으로 물듭니다.


컬러 사진이 널리 사용되기 전

몇십 년 동안

따뜻한 색감과 더불어

흑백사진보다 사실감을 높여주기 때문에

세피아 톤이 선호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피아톤의 사진을 보면

오래된 사진처럼 향수를 느끼게 됩니다.


가을은 그렇게 벌써

기억 속에만 남은

세피아톤의 사진이 되었습니다.




낙엽은 사람의 가슴에 깔리고/ 노여심


수많은 나무

잎이 진다.

수없이 많은 잎들이

슬픔도 모른 채 지고 있다.


떨어진 나뭇잎은

깎여져 나가는 내 손톱만큼의 감정일까?

잎을 떨구는 나무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한쪽

단순한 손짓, 그것 뿐일까?


바람은 우~우 낙엽을 불러

외로운 사람들 가슴에 깔고

낙엽을 안은 뭇 사람의 고독이

빈 나뭇가지를 지나 하늘로 간다.


바라만 보는 하늘

그의 침묵으로 인하여

되돌아오고야마는 사람의 고독한 말

우리는 얼마를 더 외로워야 할까?

차라리 얼음이 얼어버리면 좋겠다.

쌓인 낙엽도 부서지고

여린 우리들 가슴도 얼어

빈가지 겨울눈 보송보송 솜털이나 바라보면 좋겠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50mm, ƒ/3.5, 1/250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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