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1

강아지풀 위에 내린 눈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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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지우기 위해

겨울이 옵니다.


찬바람만으로는

가을을 지울 수 없어

하얗게 흰 눈이 내립니다.


여름내 푸르게 한들거리던

강아지풀도 시들고 말라 애처로워서

그곳에 가을이 머물렀던 기억을 지우려고

눈이 내립니다.


잊히는 일은 서러워

함께 눈물 흘려주려고

눈이 내립니다.




/ 박용래


하늘과 언덕과 나무를 지우랴
눈이 뿌린다
푸른 젊음과 고요한 흥분이 서린
하루하루 낡아 가는 것 위에
눈이 뿌린다
스쳐 가는 한 점 바람도 없이
송이눈 찬란히 퍼붓는 날은
정말 하늘과 언덕과 나무의
한계는 없다
다만 가난한 마음도 없이 이루어지는
하얀 단층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500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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