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떠난 자리-3

사위질빵 씨 Clematis apiifolia seed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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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떠난 자리에

빠르게 겨울이 들어앉고

벌써 12월도 하순으로 접어듭니다.


그래도 사위질빵은

이 가을에 튼실한 씨들을 맺어

가을이 떠난 자리에 걸어두었습니다.


멀리 바람에 실려가

봄이 되면 새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해

하얀 천사의 날개를 달고

겨울바람을 기다립니다.


바람이 강할수록

멀리 날아가 새 생명이 되는

사위질빵의 씨앗들.

고난 없이는 새로움도 없다는

진리를 말해줍니다.


시험을 견뎌내는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 시험을 이기고 인정을 받은 사람은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면류관을 받을 것입니다.
- 현대인의 성경 야고보서 1:12




12월의 편지 / 성백군


돌아보니

다 떠나고 혼자 남았습니다

13월은 없고 11월로 뒤돌아가자니

이미 다 뜯어버린 달력

한 장만 달랑 남았습니다


크리스마스 파티, 송년회 등

아직 동그라미 몇은 남았지만, 그러기에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인생의 남은 날 중에서

굄돌 하나씩 빠지는 기분입니다

시간이 핏방울 같아

그 밑에다 주석을 달아놓았습니다

이해하고 수용하고 사랑하자

밉더라도 웃자, 욕심내지 말고 마음 비우자


아까운 것들아

믿는 것은 속이는 것이었고

미루는 것은 망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씨를 심지 않으면 1월이 와도

싹이 나오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새해가 없습니다


앞을 보니

절벽입니다. 가던 길이 끊겼습니다

몇 발자국 안 남았습니다

회개하는 자만이 유언장에 도장을 찍고

뛰어내릴 수가 있습니다

1월은 12월 다음에 오는 순서가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달입니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40mm, ƒ/3.5, 1/16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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