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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an 08. 2024

겨울 아침-3


가을이 눈 속에 묻혀갑니다. 

잊혀가는 시간은 

눈썰매를 타듯 빠르게 흘러갑니다.

팔다리 벌리고 버텨보아도

흐르는 세월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잊히는 일은

잊는 일보다 힘겹지만

가을은 벌써 겨울에 묻혀 

희미하게 잊혔습니다. 


겨울은 침잠의 시간

그리고 생명을 잉태하는 시간


봄이 되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

씨앗과 땅속뿌리는

눈 속에서 깊은 겨울잠을 잡니다.





겨울 나기/ 도종환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려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s, ISO 200


#겨울_아침 #눈 #가을잎 #잊혀닌_가을 #겨울잠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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