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고 볼품없던 작은 겨울나무에
눈꽃이 피었습니다.
마르고 비틀어진 가을잎에도
축복처럼 환하게 겨울이 내려앉았습니다.
겨울은 자칫 마음문이 닫힌
은둔의 계절일 수 있지만
책이나 sns를 통해 조용한 소통이 가능한
알찬 계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 될 수도 있고
아름다운 계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삶에서 맞닥 뜨리는 겨울도
마찬가지겠지요.
제가 가끔씩 읽는 류시화 시인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 일부를 소개합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현판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크게 쓰여 있다고 합니다.
'있지도 않은 문제를 만들지 말 것.'
류시화 시인은
"정신을 산만하게 하고 삶의 방향과 열정을 가로막는 생각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의 화면에 그 문장을 띄울 필요가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계속해서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가
젊은 벗 루킬리우스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편지 이야기를 합니다.
"세상에는 우리를 다치게 하는 일보다 우리를 겁먹게 하는 일이 더 많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보다 상상 속에서 더 많은 고통을 겪는다. 어떤 일들은 필요 이상으로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 주고, 어떤 일들은 고통스러워질 시기보다 더 일찍 우리를 괴롭히며, 어떤 일들은 전혀 고통스러워할 필요가 없는데도 우리가 괴로워한다.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가! 또 예상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은 적이 얼마나 많은가! 설령 그 불행이 정해진 일이라 해도, 그 고통을 만나기 위해 미리 달려가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고통이 닥치면 곧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니 그동안은 더 나은 것을 기대하라. 불운조차도 변덕스럽다. 아마도 그것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동안에는 아직 불운이 아니다. 그러니 더 좋은 일을 기대하라."
오늘은
있지도 않은 문제를 만들지 않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겨울 숲은 환하다/ 박노해
눈 내리는 겨울 숲에서
우리 겨울 나무로 만나자
아무도 이 눈보라를 멈출 수 없고
누구도 이 추위를 막을 수 없다면
나는 차라리 그대 곁에 겨울 나무로 서서
이 눈보라를 함께 맞으리
그리하여 얼어붙은 땅속에서
따뜻한 뿌리로 손과 손을 꼭 쥐고
가난한 체온을 함께 나누리
외로운 마음이 외로운 자의 친구가 될 수 있고
가난한 마음이 가난한 자의 친구가 될 수 있어
우리들 벌거벗은 나무처럼 정직한 모습으로
겨울 사랑을 이야기하리니
봄의 희망을 이야기하리니
어느샌가 다가선 겨울 나무들
흰 산에 가득한
겨울 숲은 환하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6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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