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장근 Reynoutria japonica
마른 풀 위에 눈이 소복이 내려앉았습니다.
마치 솜이불을 덮고 있는 것처럼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추운 겨울 아침
포근한 이불속을 포기하고
이불밖으로 나와 눈 쌓인 집밖으로 나가는 일이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 갑니다.
마치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유행어처럼.
이런 생각을 하다 갑자기
'이불'이라는 말이 궁금해졌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한글로 쓰인 15세기 문헌인 <석보상절>에
이불은 한자 없이 '니블'로 나온다고 합니다.
즉 이불은 순우리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불의 어원에 관한 재미있는 설도 있습니다.
'아리랑 역사와 한국어의 기원'이라는 책에는
한국어의 뿌리가 아프리카 르완다어이고
이불은 한국어의 기층어인 고대 이집트어에서 왔다고 합니다.
즉 '이불'의 고어 '니블'은
고대 이집트어 'ni (not) + br (outside, exit)'에서 유래하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
즉, '외부와 차단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듯 하긴 한데 정설로 인정된 학설은 아닌 듯합니다.
학술적으로 연구되어 발표된 바에 의하면
한국어 몽골어 일본어 등의 ‘뿌리 언어’로 여겨지는
‘트랜스유라시아어족(알타이어족)’의 기원은
약 9000년 전 중국 동북부 요하(遼河·랴오허) 일대
농업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2021년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이 참여한 독일의 연구논문
'Tracking the origin of Transeurasian languages'
- Nature 10 November 2021)
과학적 의미로 보면
이불은 수면 중 사람들의 체온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합니다.
수면 중에는 체온 관리를 하는 뇌의 기능이 저하되어
외부의 온도가 낮은 겨울의 경우
이불이 없이 자면 체온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걸리기 쉽고
심할 경우 동사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불이 자체적으로 열을 내지는 않지만
우리 몸에서 나오는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줘
체온을 유지하게 해 줍니다.
즉 이불속이 따뜻한 이유는
우리 몸이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눈도 차갑긴 하지만
솜이불처럼 공기층을 가지고 있어
외부의 극심한 추위로부터
보리싹이나 나뭇잎을
이불처럼 감싸고 보호해 줄 수 있습니다.
하늘이 자연에 주는 천연의 이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겨울의 눈은 축복이고 은혜입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60s, ISO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