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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Feb 14. 2024

겨울 아침-13

수크령 Chinese fountain grass


겨울은 미니멀 사진처럼

꾸밈도 군더더기도 없이

간결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계절입니다. 


푸르던 색도 버리고

갈색으로 변한 여윈 수크령 위에

눈이 덮이지만,

성긴 가시 사이로 

겨울바람이 스치며 

그마저도 날려 보냅니다.


하지만

버림을 알고 비울줄 아는

작은 성자의 모습처럼

겨울 아침에 묵상으로 다가옵니다. 




겨울/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 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00s, ISO 200


#겨울_아침 #수크령 #눈 #미니멀_사진 #작은_성자 #묵상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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