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기 Feb 21. 2024

봄의 시작-4

매화 Japanese apricot blossoms


봄을 먼저 보려고

꽃봉오리가 맺힌 매화 가지 몇 개를 꺾어

집에 와 화병에 꽂아두었더니

다음날 벌써 꽃이 벌어졌습니다.


막 피어나는 꽃 속에서

정말 봄이 피어나는 게 느껴집니다.


영어로 봄을 뜻하는 'spring'은

맑은 물이 솟아 나오는 옹달샘,

혹은 탄력 있게 튀어 오르는 '용수철'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땅 속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마른 가지에서 꽃봉오리가 돋아

꽃이 피어나는 모습에서

그런 탄력과 활력의 의미가 연결되나 봅니다.


쌀쌀한 2월의 날씨에도

때를 알고 꽃을 피우는

꽃나무들의 생명력이

봄을 불러옵니다.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게

더욱 깊은

땅 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 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희디흰 봄햇살도

꽃잎 속에 잡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25s, ISO 400


#봄의_시작 #매화 #개화 #2024년

매거진의 이전글 봄의 시작-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