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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r 01. 2024

봄의 시작-8

매화 Japanese apricot blossoms


3월이 열렸습니다.

막 피어난 매화처럼

봄이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매화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선비들이 좋아했던 꽃입니다. 

그중에도 이황(李滉) 퇴계(退溪)(1502-1571)는 

매화(梅花)를 끔찍이도 사랑했다고 합니다.

그 배경에는 단양군수 시절에 만났던 

관기(官妓) 두향(杜香)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퇴계 선생이 단양군수로 부임한 것은 48세 때였습니다. 

당시 18세였던 두향은 

첫눈에 퇴계 선생에게 반했습니다.

당시 부인과 아들을 잇달아 잃었던 퇴계 선생도 

시(詩)와 서(書)와 거문고에 능했고 특히 매화를 좋아했던 그녀를 통해

웃음을 찾고 점차 서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겨우 9개월 만에 끝나게 됩니다. 

퇴계 선생이 경상도 풍기군수로 옮겨가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별을 앞둔 마지막 날 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시를 주고받았습니다.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死別己呑聲)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없네(生別常測測)” 


퇴계의 시에 화답하여

두향이도 말없이 먹을 갈고 붓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시 한 수를 썼습니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제

어느 듯 술 다 하고 님마저 가는구나

꽃 지고 새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퇴계가 떠나던 날 

두향은 매화화분 하나를 이별의 정표로 보낸 뒤 

관기 생활을 청산하고 

평생을 단양의 강선대에서 수절하며 퇴계를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퇴계가 죽을 때까지 서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20여 년이 지나 임종을 맞은 퇴계는 

두향이가 준 매화 화분을 가리키며

‘저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고 유언했다고 합니다.


퇴계의 죽음에 슬픈 나날을 보내던 두향은 

퇴계가 타계한 이듬해 뒤따라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아름답지만 슬픈 사연처럼

올봄에도 매화가 피어날 것입니다.  




매화 풍경 / 박종영 


겨울 강을 건너온 매화 꽃잎 한 개

절정을 위해 상큼한 바람 앞에 서서

백옥의 여인이다.


이내 펄럭이는 치맛자락

그때마다 하얀 속살이 좀처럼 인색하게

붉게 퍼진다.


낡은 세월 모두 밀어내는

그대 향기 같아

그 추억의 허리춤을 살며시 당기면,


저절로 안겨오는 그리움을 어쩌랴.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00s, ISO 200


#봄의_시작 #매화 #퇴계_이황 #두향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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