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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y 30. 2024

봄날의 꿈-2024-21

붓꽃 Iris


미국의 여성 시인 중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루이즈 글릭(Louise Elisabeth Glück)이 있습니다.


글릭은 1943년 뉴욕에서 태어나 롱아일랜드에서 자랐는데,

고등학생 때 섭식 장애라는 병으로 고생을 해

대학 진학을 하지 못했습니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7년 동안

심리치료 등으로 보내며

또래와는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후에 컬럼비아대학 등에서 비학위 과정으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글릭은 젊었을 때의 이러한 삶이

자신의 생애에서 아주 의미 있는 경험이며

축복된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2023년 10월 13일

암으로 80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글릭이 1993년에 펴낸 '야생 붓꽃'이란 시집은

뉴잉글랜드 정원을 배경으로

봄부터 늦여름까지의 계절변화를 그려낸

54개의 연작시 모음입니다.

1인칭 꽃의 시점을 취하면서도

다변적 목소리를 불러낸 이 시집에 대해

평론가들은 "위대한 아름다움의 시"라고 호평했습니다.

글릭은 이 시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을

'인간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인간이 들어야만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탈춤을 추듯

영혼을 담아 피어난 붓꽃.

야생 붓꽃은 아니지만

글릭의 시와 어울리는 사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야생 붓꽃/ 루이스 글릭  (류시화 옮김)


내 고통의 끝에

문이 있었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 보라.

당신이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을

나는 기억한다.


머리 위, 소음들, 소나무 가지들의 자리바꿈

그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흐린 태양만이

메마른 흙 위에서 깜박거릴 뿐.


끔찍한 일이다, 어두운 땅속에 묻혀

의식을 가지고

생존한다는 것은.


그때 끝이 났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한 영혼으로 존재하면서도 말을 할 수 없던 상태가

갑자기 끝나고, 딱딱했던 흙이

약간 위로 부풀었다. 그러자 내게 새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키 작은 관목 속으로 내리꽂혔다.


다른 세상에서 돌아온 통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내가 다시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잊혀진 상태에서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

목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내 삶의 중심으로부터

커다란 물줄기가 솟아났다.

하늘색 바다에

깊고 푸른 그림자를 드리우며.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봄날 #꿈 #붓꽃 #아이리스 #루이즈_글릭 #야생붓꽃 #홍천 #2024년_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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