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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ul 01. 2024

정원 산책 2024-11

분홍말발도리 Deutzia parviflora pink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들이

참 빠르게도 흘러갑니다. 


그 정원에 피었던 봄꽃의 화사함도

흐르는 세월이 지워버렸습니다. 


분홍빛으로 화사하게 피었던

분홍말발도리의 모습도

기억의 한 단층이 되어 

내 안 어딘가에 묻혔습니다. 


이성복 시인의 시를 읽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들의 흔적을

사진 속에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말발도리는 장미목 범의귀과에 속하는 꽃입니다.

꽃이 진 뒤 생기는 열매의 단면이

발발굽에 끼우는 편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흰꽃이 피는데

이렇게 분홍꽃이 피는 원예종도 있습니다. 


학명은 Deutzia parviflora

속명인 Deutzia는 

식물학자인 Thunberg의 후원자인

네덜란드인 Johan van Deutz의 이름에서 왔다고 합니다. 


꽃으로는 구별하기 어렵지만

줄기 속이 비어 있는 아이를 '빈도리'라 부릅니다. 


꽃이 피고 지는 세월의 일상은

무심히 흘러가고 있지만

생각해 보면 참 소중한 순간들입니다. 


가스통과 계란말이 김밥 만드는 장비가 실린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비탈길을 올라 집으로 돌아가는

TV '여섯 시 내 고향' 프로에 나온

계란말이 김밥 장사 아주머니가 느겼던

삶의 무게만큼이나

일상은 때로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라고 말하는

시인의 시어는 마음에 와닿습니다. 




세월의 습곡이여, 기억의 단층이여 /이성복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강이 하늘로 흐를 때, 

명절 떡쌀에 햇살이 부서질 때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흐르는 안개가 아마포처럼 몸에 감길 때, 

짐 실은 말 뒷다리가 사람 다리보다 아름다울 때 

삶이 가엾다면 우린 거기 

묶일 수밖에 없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정원_산책 #분홍말발도리 #세월 #흘러간_봄 #무엇과도_바꿀_수_없는_일상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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