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2024-21

개양귀비 Poppy

by 박용기


이 꽃 사진을 화면에 띄워놓고

조금 가까이 다가가

한참을 보고 있노라면

꽃 속으로 슬며시 스며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 옛날

당나라 현종이 사랑에 빠졌다는

양귀비의 미모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서 그런가요?


가녀린 줄기 위에

초록의 여름 숲과 대비되는

붉은빛이 참 고혹적입니다.


그런데

양귀비라는 이름이 붙은 원단 양귀비꽃은

아마도 아편이 나오는 양귀비꽃이었을 것입니다.

몇 년 전 어떤 화단에서

우연히 양귀비꽃 한 포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마 어디에선가 씨가 날아와 발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마약 양귀비의 덜 익은 열매는

상수리처럼 크고 상처를 내면 흰 점액이 흘러나오는데,

이것을 말리면 아편이 됩니다.


하지만

개양귀는 열매도 작고

흰 점액도 없습니다.

또 개양귀비의 꽃대에는 털이 있지만

마약 양귀비의 꽃대에는 털이 없습니다.


마약 양귀비가

조금 어둡고 깊은 유혹의 멋이 느껴진다면,

개양귀비는

밝고 깨끗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과거에는 양귀비 50주 미만은 제배해도

처벌하지 않고 훈방을 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양귀비를 단 1주만 재배하더라도

고의성이 입증되면 징역형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벌될 수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우연히 본 양귀비 꽃을

아마도 더 이상은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개양귀비꽃/ 손월언


한 사람은 떠나고

한 사람은 남는다

한 꽃은 지고, 다른 한 꽃은 피어난다

그사이

무궁하고 무진한 세상의 내밀

습자지처럼 얇은 꽃잎 무게도 겨워

쉬 출렁거리고

쉬 꺾이는

가는 줄기로 버티는 절정

이 꽃 붉음을 붉다고만 할 것인가

태어나는 아기가 말아쥔 손을 어렵게 펴듯

피는 그것을 개화라고만 할 것인가

피기가 바쁘게 떨어져나가는

꽃잎들을 낙화라고만 할 것인가

이 신음 없는 감내에

가만히 없히는

곤한 한때여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099090743/summer-2024-21-by-yong-k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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