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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Oct 09. 2024

가을 느낌-8

여우팥 Dunbaria villosa


늦여름 풀밭에서

덩굴을 뻗어 근처의 풀이며 나무를 감고 올라

노란 나비 모양의 꽃을 피우는 여우팥.

아마 초가을 풀밭에서도

아직 만날 수 있는 야생의 작은 꽃입니다. 


팥이라는 이름은 

꽃이 진 후 팥처럼 생긴 열매가 맺히니 이해가 가지만,

웬 여우?

정확한 이름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식물의 잎 모양이 여우의 얼굴을 닮았다고 붙여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돌콩, 새콩 등 비슷한 종류의 야생 콩 종류 중에는

꽃도 크고 예쁜 아이이지만

이 아이를 노래한 시 한 편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꽃말은 '기다림' 혹은 '잃어버린 사랑'이라니

좀 측은한 마음이 듭니다. 


더욱이 사진 속 이 아이는

부여잡을 풀잎 하나 없어

긴 덩굴은 허공을 헤맵니다. 


어쩌면 꽃말처럼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세영 시인의 시처럼

10월이면

우리도 여우팥의 꽃말같이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0월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1816521/%08feelings-of-autumn-8-by-yong-ki-park


#가을_느낌 #여우팥 #풀밭 #허공을_헤매는_덩굴 #10월 #잃어가는_연습을_할_때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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