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팥 Dunbaria villosa
늦여름 풀밭에서
덩굴을 뻗어 근처의 풀이며 나무를 감고 올라
노란 나비 모양의 꽃을 피우는 여우팥.
아마 초가을 풀밭에서도
아직 만날 수 있는 야생의 작은 꽃입니다.
팥이라는 이름은
꽃이 진 후 팥처럼 생긴 열매가 맺히니 이해가 가지만,
웬 여우?
정확한 이름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식물의 잎 모양이 여우의 얼굴을 닮았다고 붙여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돌콩, 새콩 등 비슷한 종류의 야생 콩 종류 중에는
꽃도 크고 예쁜 아이이지만
이 아이를 노래한 시 한 편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꽃말은 '기다림' 혹은 '잃어버린 사랑'이라니
좀 측은한 마음이 듭니다.
더욱이 사진 속 이 아이는
부여잡을 풀잎 하나 없어
긴 덩굴은 허공을 헤맵니다.
어쩌면 꽃말처럼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세영 시인의 시처럼
10월이면
우리도 여우팥의 꽃말같이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0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1816521/%08feelings-of-autumn-8-by-yong-k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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