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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Dec 06. 2024

시가 되는 가을날-25

쑥부쟁이와 작은멋쟁이나비 Aster yomena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어보입니다.


그저 우리 아이들이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으로 인도해주시기를

기도하는 일밖에는.


풀밭에 피어난 쑥부쟁이와

꽃 위에서 편하게 쉼을 얻는

작은 나비의 행복이 있는

가을날처럼.


그리고 이기철 시인이 바라는

그런 세상 같은.....




내가 바라는 세상/ 이기철


이 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

한 번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들이 길 가에 피어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이 혼자 눈시울 붉히면

발자욱 소리를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

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

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면

그 새가 가는 쪽의 마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


그러고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이미 꽃이 된 사람의 마음을 시로 읽는 일입니다

마을마다 살구꽃 같은 등불 오르고

식구들이 저녁상 가에 모여앉아 꽃물 든 손으로 수저를 들 때

식구들의 이마에 환한 꽃빛이 비치는 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어둠이 목화송이처럼 내려와 꽃들이 잎을 포개면

그날 밤 갓 시집 온 신부는 꽃처럼 아름다운 첫 아일 가질 것입니다

그러면 나 혼자 베갯모를 베고

그 소문을 화신처럼 듣는 일입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5132975/a-poem-of-autumn-25-by-yong-ki-park


#시가_되는_가을날 #쑥부쟁이 #작은멋쟁이나비 #가을풀밭 #갑천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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