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한 겨울인데도
아직 마른 잎 하나를 떨구지 않고
꼭 붙들고 있는 겨울나무.
눈 내린 가지와 어울려
참 멋스러운 겨울 풍경입니다.
하지만 참나무나 서어나무 같은 나무들은
겨울인데도 마른 잎을 그대로 달고 있어
왜 그럴까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활엽수이면서도
겨울까지 마른 잎들을 떨어뜨리지 않는 현상을
마르세센스(Marcescence) 현상이라 부릅니다.
일반적인 활엽수는
가을이 되면 잎이 가지에 매달려 있는 부분에
탈리층(abscission layer)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져
잎이 쉽게 떨어지도록 합니다.
그러나 마르세센스 현상을 보이는
일부 나무에는 이러한 조직이 형성되지 않아
겨울에도 마른 잎이 붙어있게 됩니다.
그런데 자연이 실수로 그런 게 아니라
나름의 전략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남아있는 마른 잎은
겨울 동안 바람과 눈, 얼음으로부터
어린 가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잎이 떨어지면
영양분이 뿌리로 이동하지만,
마르세센스 현상을 보이는 나무에
마른 잎이 남아있으면
겨울 동안 잎에도 영양이 남아있게 됩니다.
잎은 봄에 떨어지면서
주변 토양에 풍부한 영양을 공급하는
비료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마르세센트 잎의 또 다른 이점은
사슴과 같은 대형 초식동물이
새싹을 먹어치우지 못하게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죽고 건조한 잎은
맛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잎을 뜯을 때 소음이 더 나기 때문에
이런 초식동물이 기피하게 된다고 합니다.
마르센세스 현상이 아니라도
가을에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거나 서리가 내리면,
나무가 탈리층을 완전히 형성하지 못하여
잎이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고,
일부 나무는
탈리층이 부분적으로만 형성되어
잎이 오래 가지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아마 이 나뭇잎은
겨울에 남아
외로울 겨울나무의 친구가 되어주고
하얀 눈도 함께 만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겨울나무/ 김희철
가진 것은 다 내어주고
이제 내게 남은 건
아무 것도 없다.
햇살을 가려서
쉬게 할 일도 없고
분신들을 주워서
책갈피를 즐겁게 할 일도 없다.
가진 것은
태어날 때처럼
빈 손.
하지만 눈이 오고
가지에 내려앉을 때까지
나는 두 팔을 벌린다.
가진 것을 다 내어주고
앙상한 팔에
손자 안을 날 기다리는 어머님.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https://500px.com/photo/1108363321/winter-story-9-by-yong-k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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