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
눈 내리는 날
카페 앞 작은 화단에
보리 이삭을 닮은 강아지풀 하나
눈 꽃을 피우고 서 있었습니다.
누가 심지도 않았을 잡초지만
이 겨울
피폐해진 화단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강아지풀은 벼과의 한해살이풀입니다.
그러니 이 겨울에 남아있는 이 아이는
사실 새봄에도 푸르러지지 않을
생명이 없는 마른풀입니다.
주인공은 아니어도
머물렀던 자리에 꼿꼿이 서서
눈 내리는 날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눈꽃을 피우는 강아지풀이
참 대견해 보였습니다.
눈 온 아침/ 신경림
잘 잤느냐고
오늘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내년에는 또
꽃을 피울 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들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8301529/winter-story-8-by-yong-k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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