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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8

강아지풀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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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카페 앞 작은 화단에

보리 이삭을 닮은 강아지풀 하나

눈 꽃을 피우고 서 있었습니다.


누가 심지도 않았을 잡초지만

이 겨울

피폐해진 화단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강아지풀은 벼과의 한해살이풀입니다.

그러니 이 겨울에 남아있는 이 아이는

사실 새봄에도 푸르러지지 않을

생명이 없는 마른풀입니다.


주인공은 아니어도

머물렀던 자리에 꼿꼿이 서서

눈 내리는 날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눈꽃을 피우는 강아지풀이

참 대견해 보였습니다.





눈 온 아침/ 신경림


잘 잤느냐고

오늘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내년에는 또

꽃을 피울 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들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8301529/winter-story-8-by-yong-ki-park


#겨울_이야기 #강아지풀 #눈_내리는_날 #세상에서_가장_멋진_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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