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 열매
남천열매는 흰 눈을 맞으며
겨울에도 오래 숲 속에 남아있습니다.
아파트 화단에 있던 피라칸다 열매는
붉게 익기가 무섭게
물까치 떼와 직박구리가 찾아와
며칠 만에 거덜을 내었는데,
남천의 열매는 아마도
새들이 그리 좋아하는 열매는 아닌가 봅니다.
야생에서 자라는 많은 붉은 열매들은
그다지 맛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신맛이 강하거나 쓴맛이 돌거나,
혀를 찌릿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베리류나 보리수 열매 같은 붉은 열매는
예외겠지만 이런 열매는 드뭅니다.
그런데 새들의 미각은 인간과는 상당히 다른 모양입니다.
새들이 맛을 어떻게 느끼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쓴맛을 잘 견디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과일을 좋아하는 새들이
이런 작은 열매를 먹는 것을 보면
통째로 삼키기 때문에
맛을 느끼지 못하고 섭취합니다.
물론 감이나 밀감 같은 큰 열매는
쪼아 먹기 때문에 맛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붉은색의 열매는 새들에게는
눈에 잘 띄는 색이지만
곤충들에게는 잘 식별되지 않기 때문에
열매는 새들을 위해 잘 보존이 된다고 합니다.
어쩌면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나무들은 수많은 겨울을 만나고
새봄에 어딘가에 새롭게 돋아날
자신의 분신들을 퍼뜨리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는지 모릅니다.
겨울 이야기/ 김상미
천 년 전 겨울에도 오늘처럼 문 열고 있었다
문 밖 짧은 해거름에 주저앉아 햇빛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는 북향,
쓸쓸한 그 바람소리 듣고 있었다
어떤 누구와도 정면으로 마주보고 싶지 않을 때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보는 창
나뭇잎 다 떨어진 그 소리 듣고 있었다
세상 모든 추운 것들이 추운 것들끼리 서로 모여
내 핏속 추운 것들에게로 다가와
똑 똑 똑
생의 뒷면으로 가는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있었다
물결치는 겨울 긴 나이테에 휘감긴 울창한
숲 향기와 지저귀는 새소리와
무두무미한 생의 입김들이
다시 돌아올 봄 문턱에다 등불 환히
켜는 소리 듣고 있었다
마치 먼 길 혼자 달려온 천 년 전 겨울
천천히 가슴으로 녹이는 것처럼
내 몸 안의 겨울 이야기들이
소리 없이 내리는 함박눈에 실려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기억 속으로
스며드는 소리 듣고 있었다
천 년 전 겨울에도 오늘처럼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https://500px.com/photo/1108246828/winter-story-7-by-yong-k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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