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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6

남천 열매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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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소복이 쌓인 남천 가지에

유난히 붉게 익은 열매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맺힌 열매는

그냥 겨울 장식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 있는 씨앗을 옮겨줄

새들을 유혹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식물들은 이렇게 눈에 띄는

붉은 열매를 만들어 새들에게

"여기에 맛있는 먹이가 있어.

어서 와 먹어봐"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여름 동안 곤충을 먹던 직박구리와 동박새 등은

곤충이 사라지는 겨울이 되면

많은 열매를 섭취합니다.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찌르레기와 물까치 또한 과일을 좋아합니다.


새들이 열매를 먹을 때

소화되는 것은 씨앗을 둘러싼 과육 부분이며,

씨앗 자체는 손상되지 않은 채

새들의 배설물과 함께 배출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식물은 직접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씨앗을 더 넓은 지역으로 퍼뜨릴 수 있습니다.


흰 눈과 어울린 붉은 남천 열매는

정말 유혹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들이 찾아오는 겨울숲이면 좋겠습니다.





새떼와 나무/ 박노해


겨울새를 탐조하러 갔지요

하늘을 뒤덮는 새들의 군무에

땅이 어둑어둑해지는 모습이 장관이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 말씀이 울려오더군요


아가, 새를 쫓는 사람이 되지 말고

새를 불러들이는 사람이 되거라


한 해 한 해 나무를 가꾸면서 알게 되었죠

세상엔 새떼를 쫓아다니는 사람과

새들이 찾아드는 사람이 있단 걸요


철새떼는 한순간에 떠나고 말지만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어 기르고

숲을 이루다 보면 새들이 찾아들어

나를 감돌며 노래하고 가호하더군요


팥배나무 산사나무 동백나무 찔레 호랑가시

빨간 알이 빛나는 눈 쌓인 시인의 정원에

동박새 참새 직박구리 산비둘기가 찾아와

고운 소리로 무언가를 전언하더군요


가만히 언 하늘을 바라보면

새들이 내가 나무인 줄 아는지

내 어깨에 내려앉아 함께 하늘을 보더군요


또 계절이 흐르면 종달새 뻐꾹새 휘파람새가

명랑한 그 소녀처럼 다시 찾아오겠군요


춥고 가난하여 간절한 새들이

시인의 정원에서 붉은 열매를 쪼아 먹으며

맑고 시린 노래가 한창인

좋은 겨울 아침이네요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https://500px.com/photo/1108196987/winter-story-6-by-yong-ki-park


#겨울_이야기 #눈_내리는_날 #붉은_남천_열매 #새들의_먹이 #새들이_모이는_겨울_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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