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 열매
흰 눈이 소복이 쌓인 남천 가지에
유난히 붉게 익은 열매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맺힌 열매는
그냥 겨울 장식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 있는 씨앗을 옮겨줄
새들을 유혹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식물들은 이렇게 눈에 띄는
붉은 열매를 만들어 새들에게
"여기에 맛있는 먹이가 있어.
어서 와 먹어봐"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여름 동안 곤충을 먹던 직박구리와 동박새 등은
곤충이 사라지는 겨울이 되면
많은 열매를 섭취합니다.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찌르레기와 물까치 또한 과일을 좋아합니다.
새들이 열매를 먹을 때
소화되는 것은 씨앗을 둘러싼 과육 부분이며,
씨앗 자체는 손상되지 않은 채
새들의 배설물과 함께 배출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식물은 직접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씨앗을 더 넓은 지역으로 퍼뜨릴 수 있습니다.
흰 눈과 어울린 붉은 남천 열매는
정말 유혹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들이 찾아오는 겨울숲이면 좋겠습니다.
새떼와 나무/ 박노해
겨울새를 탐조하러 갔지요
하늘을 뒤덮는 새들의 군무에
땅이 어둑어둑해지는 모습이 장관이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 말씀이 울려오더군요
아가, 새를 쫓는 사람이 되지 말고
새를 불러들이는 사람이 되거라
한 해 한 해 나무를 가꾸면서 알게 되었죠
세상엔 새떼를 쫓아다니는 사람과
새들이 찾아드는 사람이 있단 걸요
철새떼는 한순간에 떠나고 말지만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어 기르고
숲을 이루다 보면 새들이 찾아들어
나를 감돌며 노래하고 가호하더군요
팥배나무 산사나무 동백나무 찔레 호랑가시
빨간 알이 빛나는 눈 쌓인 시인의 정원에
동박새 참새 직박구리 산비둘기가 찾아와
고운 소리로 무언가를 전언하더군요
가만히 언 하늘을 바라보면
새들이 내가 나무인 줄 아는지
내 어깨에 내려앉아 함께 하늘을 보더군요
또 계절이 흐르면 종달새 뻐꾹새 휘파람새가
명랑한 그 소녀처럼 다시 찾아오겠군요
춥고 가난하여 간절한 새들이
시인의 정원에서 붉은 열매를 쪼아 먹으며
맑고 시린 노래가 한창인
좋은 겨울 아침이네요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https://500px.com/photo/1108196987/winter-story-6-by-yong-k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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