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2025-2

개양귀비 Poppy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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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우리 집 에어컨도 열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전력 사정과

우리 집의 전기요금을 감안한

아내의 절전 방침으로

한 여름에도

거실의 에어컨은 거의 가동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외손녀를 키우는 동안

외손녀 방엔 별도의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하여

그 방만은 예외 지역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외손녀가 서울로 떠난 뒤

이제 외손녀가 쓰던 방은

한낮의 더위를 식히는

두 노인네들의 쉼터가 되었습니다.


그 방에 새 식탁을 하나 마련하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아내와 나는 '루미큐브'라는 보드게임을 하거나,

아이스커피와 함께

브런치를 즐기는 카페를 오픈했습니다.


저녁때가 되어도 식을 줄 모르는 더위에

우리의 여름 살이는

저녁때가 되면 거실로 옮겨옵니다.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오래되다 보니 거실 에어컨이 지난해 고장이 나

인버터 방식의 새 에어컨을 설치했습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전기료도 적게 나온다는 말에

아내도 못 이긴 척 가동 명령을 내렸습니다.

사실 아내도 나이가 들면서

더위를 견디는 힘이 예전만 못해져

더위를 힘들어합니다.


무더운 바람만 불어대던 선풍기도

에어컨 바람 앞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불어줍니다.


갑자기 분홍색 개양귀비꽃이

선풍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대 사랑 너무 뜨거워 안기기가 무섭소.

끈저적거리는 그대 몸에 내 몸 닿기가 싫소.
내 맘이 변하여 자연의 고마움을 외면하고
계절의 바퀴를 돌려 달라는 휴지통에 버려질
기도드릴까 나는 내가 무섭소.

- 정영숙의 '찜통더위' 중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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