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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Sep 24. 2020

9월의 나비-4

9월의 나비-4, 며느리밑씻개 와 배추흰나비

*
동네 풀밭에
작은 분홍 꽃밭이 아름답습니다.

멀리서 보면 꽃이 피어 있는지 봉오리인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줄기에 돋아난 가시는 보입니다.

하지만 흰 나비에겐
달콤한 놀이터입니다.
자세히 보니 분명 꽃봉오리가 벌어진 아이도 있고
꽃술도 보여 귀엽습니다.

그런데 누가 그런 험한 이름을 붙여주었는지
참 억울할 것 같은 며느리밑씻개입니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곱게만 피어나는 9월의 들꽃입니다.

어쩌면 시인이 노래한
“알 듯 모를 듯 피었다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혼자만의 눈물이고 싶은” 꽃이 바로
이 며느리밑씻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가을로 접어들면
나도 이 꽃처럼
누가 알아줘도 그만
그렇지 않아도 그만인
내려놓는 삶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
9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 이채

*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보일 듯 말 듯 피었다가
보여도 그만
안 보여도 그만인
혼자만의 몸짓이고 싶네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산 너머 구름으로 살다가
들꽃 향기에 실려 오는 바람의 숨결
끝내 내 이름은 몰라도 좋겠네

꽃잎마다 별을 안고 피었어도
어느 산 어느 강을 건너왔는지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서글프지만은 않네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알 듯 모를 듯 피었다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혼자만의 눈물이고 싶네

*

*
#9월 #나비 #며느리밑씻개 #배추흰나비 #동네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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