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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r 18. 2021

이른 봄-16

쇠뜨기

이른 봄-16, 쇠뜨기


파릇파릇 풀밭이 연둣빛으로 변해가는 3월


외계인을 닮은 갈색 아이들이

고개를 길게 빼고 두리번거립니다.

바로 쇠뜨기의 생식 줄기입니다.


쇠뜨기는 양치식물로

영양 줄기와 생식 줄기가 있는데,

우리가 보통 쇠뜨기라고 부르는

녹색의 가는 줄기는 영양 줄기이고,

이른 봄에 먼저 나오는

사진 속 외계인이 생식 줄기입니다.


생식 줄기는 뱀밥이라고 부릅니다.

생김새가 뱀의 머리를 닮았다고

뱀이 먹지도 않는 이 아이를

그리 험하게 부르나 봅니다.


그렇다면 뒤에 나오는 녹색의 영양 줄기인

쇠뜨기는 소가 좋아하나요?

소도 좋아하지 않는다네요.

먹으면 설사한데요.

이름을 모두 잘못 붙인 것 같네요.


이른 봄에 머리 부분인 포자낭을 통하여

공기 중에 포자를 퍼트리고

포자는 수분을 받아서 전엽체로 자라납니다.

전엽체에서는 암수의 생식기가 생기고

수정을 거친 후 영양 줄기의 싹이 만들어져 자라면

녹색의 쇠뜨기가 됩니다.


뱀밥은 나물로 먹기도 한답니다.

아직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이른 봄이면

늘 풀밭에서 이 아이들을

사진에 맛있게 담곤 합니다.


오늘은 풀밭에 나가

이 외계인들도 한 번 만나보세요.

봄이니까요.




뱀밥과 쇠뜨기/ 김승기


언제나 꽃이고 싶었나니

그러나 꽃을 피우지 못하는 숙명

늘 외톨이였나니


겨울 물러가며 서둘러 부지런 떨어도

늦게 돋는 풀들에게 밀리며

멸시의 눈초리 수없이 손가락질 받았나니


땅 위로 포자낭 머리 내밀면

뱀밥이라며

뱀머리 닮았느니 어쩌느니

구설수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만,

새로 돋는 풀

쇠뜨기

한 몸에 이름이 둘,

박쥐도 아닌데 이중인격자라는 말

도저히 참기 힘드나니


꽃 없다고 손가락질 마라

암에 좋다며 뜯기던 한때는

그대의 눈에도 꽃이었지 않느냐


식은 사랑,

조금도 섧지 않은 마음

이젠 외롭지 않은 어엿한 꽃이나니




#이른_봄 #쇠뜨기 #뱀밥 #3월 #풀밭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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