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 21

동네 공터에서

by 박용기
Poetic 21, 동네 공터에서/닭의장풀


9월이 막을 내릴 즈음엔

동네 공터에 푸른 꽃잎의 달개비가 핍니다.


새벽의 싸늘한 공기는

이슬방울로 맺혀

잠자던 꽃을 깨웁니다.


폐 타이어 사이로 스미는 아침 햇살에

잠을 깬 달개비가

기지개를 켜며 환한 미소로 공터를 가득 채우면

잡초가 무성한 공터는

개여뀌, 도깨비바늘, 쥐꼬리망초도 합세하여

어느새 초가을 꽃밭이 됩니다.


9월이 저무는 공터는

아무도 없는 빈 공간 같지만

작은 풀꽃들이 아기자기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우리 마음의 공터에도

닭의장풀 파란 꽃이

곱게 피어나는 가을이 오면 좋겠습니다.




공터/ 최승호


아마 무너뜨릴 수 없는 고요가

공터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빈 듯하면서도 공터는

늘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다

공터에 자는 바람, 붐비는 바람,

때때로 바람은

솜털에 싸인 풀씨들을 던져

공터에 꽃을 피운다

그들은 늙고 시듦에

공터는 말이 없다

있는 흙을 베풀어 주고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무심히 바라볼 뿐.

밝은 날

공터를 지나가는 도마뱀

스쳐가는 새가 발자국을 남긴다 해도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늘의 빗방울에 자리를 바꾸는 모래들,

공터는 혼적을 지우고 있다

아마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고요가

공터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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