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연
지독히도 무더운 여름이지만
물속에 뿌리를 박고 서서
꽃을 피우는 어리연은
그래도 지낼 만 한가 봅니다.
여름날의 한적한 시간 속에서
물속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나르시서스 흉내도 내보고,
잎 위에 놀러 온
작은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참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여름은
어쩌면 바삐 살아온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천천히 쉬엄쉬엄 살아가는 법도 배우는
쉬어가는 계절인가 봅니다.
나도 누군가의 작은 그늘이 되어 보기도 하고
누군가의 그늘 속에서 쉬어 가기도 하면서….
그늘 만들기/ 홍수희
8월의 땡볕
아래에 서면
내가 가진 그늘이
너무 작았네
손바닥 하나로
하늘 가리고
애써 이글대는
태양을 보면
홀로 선 내 그림자
너무 작았네
벗이여,
이리 오세요
홀로 선 채
이 세상 슬픔이
지워지나요
나뭇잎과 나뭇잎이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
만들어 가듯
우리도 손깍지를
끼워봅시다
네 근심이
나의 근심이 되고
네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될 때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