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붙잡는 순간들-10/구절초 무주 적상산 기슭의 한 카페 뒤뜰에서
구절초가 그린 수채화 한 점을 만났습니다.
이 가을
내가 만난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
구절초입니다.
모든 게 달라지고 변해버린 올 한 해.
사람들을 만나고
가까이 앉아 이야기하는 일이 금기가 되어버린 채
봄과 여름이 지나고
벌써 10월입니다.
그래도 변함없이 꽃들이 피고 지면서
세월은 흐르고
어김없이 가을이 됩니다.
꽃들에게 다가가
10월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빨간 머리 앤’을 쓴 캐나다의 여류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L.M. Mongromery)가 한 말을 떠올립니다.
“10월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 너무 기뻐요”
힘든 세상이지만
10월은 여전히 아름다운 계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구절초 시편 /박기섭
찻물을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습니다
살다 보면 웬만큼은 떫은 물이 든다지만
먼 그대 생각에 온통 짓물러 터진 앞섶
못다 여민 앞섶에도 한 사나흘 비는 오고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허기를 버리는 강
내 몸은 그 강가 돌밭 잔돌로나 앉습니다
두어 평 꽃밭마저 차마 가꾸지 못해
눈먼 하 세월에 절간 하나 지어놓고
구절초 구절초 같은 차 한 잔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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