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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Oct 09. 2020

나를 붙잡는 순간들-11

지난해 여름 화원에서 만났던 꽃 한 송이

올해는 만나지 못해

잠시 소환해봅니다.


우유빛깔 꽃잎과 날렵한 꽃술

황금빛 수술 위에 얹힌 앙증맞은 암술,

무궁화를 닮기도 한 꽃.

단풍잎촉규화라고 합니다.


촉규화는 보통 접시꽃을 말하는데

모두 아욱과라서 친척들입니다.

물에서도 잘 자라고 무궁화를 닮았다고 해서

물무궁화라고도 니다.


보통 붉은색 꽃이 피지만

이 아이는 순백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유난히 파랗던 하늘과 대비된

순백의 꽃이

나를 붙잡던 그날의 순간이

지금도 마음속에

상쾌한 가을바람처럼 떠오릅니다.



가을/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나를_붙잡는_순간들 #단풍잎촉규화 #흰꽃 #파란하늘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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