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잔상-4

에키네시아

by 박용기
여름의 잔상-4, 에키네시아


처서도 지난여름의 끝자락에 서서
뜨겁던 여름을 식혀주는 늦장마가 찾아왔습니다.


한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불볕더위,

작렬하는 태양

그리고 장마와 소나기


다른 사람들은 간간이

아름다운 무지개도 보았다고

SNS에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불행히도

저는 이 여름 내내

무지개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에케네시아는 많이 보았습니다.

사진 속의 꽃에서

이 여름의 잔상들을 찾아봅니다.


태양과 소나기,

그리고 아름다운 무지개까지.





여름의 끝 / 헤르만 헤세


단조롭게, 나직하게 또 탄식하며

온화한 저녁 내내 비가 흐른다

지친 아이처럼 울며

가까운 자정을 마주 보며


여름은 잔치들에 지쳐

그 화환을 시든 두 손으로 들고 있다가

던져 버리고 ㅡ 여름이 꽃 진다 ㅡ

불안하게 몸을 숙이며 숨을 거두려 한다


우리 사랑도 한 개 화환이었다

뜨거운 여름 축제들로 활활 타오르며

이제 그만 마지막 춤판이 깨진다

비가 쏟아지고, 손님들은 피신한다


우리가 시든 호화로움을

또 져 버린 광휘를 부끄러워하기 전에

이 더없이 엄숙한 밤

우리 사랑과 작별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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